매일신문

[名건축기행] <34>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삼수장어'

콘크리트 재료 본연의 질감 살려 정직함 느껴지는 '맛있는 건물'

좋은 요리의 기본이 신선한 재료에 있듯이 건축의 이미지에서도 재료 본연의 질감을 중요하게 다룰 때
좋은 요리의 기본이 신선한 재료에 있듯이 건축의 이미지에서도 재료 본연의 질감을 중요하게 다룰 때 '맛'있는 건축물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내외부 모두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삼수장어 건물은 찾는 이에게 먹는 맛과 함께 아름다운 건축물의 일부가 된 듯한 멋도 선사한다.

삼수장어(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205-6)

상점 건축물은 '멋'있는 건물이기보다는 '맛'있는 건물이 되어야 한다.

좋은 음식과 더불어 식사를 하는 장소의 분위기, 그리고 함께 자리한 일행, 심지어 옆 테이블 손님의 성향에 따라서도 음식의 맛과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식사 초대를 받게 되면 복장에 신경을 쓰게 되고 그 장소가 어떤 곳인가에 관심을 두게 마련이다. 그만큼 음식의 맛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레스토랑은 그 지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식사 문화는 우리로 하여금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적인 자극을 느끼게 한다. 나아가 내 집의 식탁문화와 인테리어 디자인, 그리고 자신의 패션 성향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레스토랑, 카페, 바 등 상업공간 디자인은 그 시대의 문화적인 트렌드를 제안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보여야 하며,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을 담은 '맛'으로부터 비롯된 진정한 '멋'이 느껴지는 건물이 되어야 한다.

좋은 요리의 기본이 신선한 재료에 있듯이 건축의 이미지에서도 재료 본연의 질감을 중요하게 다룰 때 '맛'있는 건축물이 될 수 있다.

레스토랑 '삼수장어'는 두산오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수성유원지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유원지 근처의 화려한 외관 건물들 사이에 재료 본연의 성질을 살려 몸을 보하는 음식처럼, 콘크리트가 주는 재료 자체의 정직함이 느껴지는 진중한 이미지로 자리한다.

건물은 내외부 모두 노출 콘크리트 마감이다. 여기에 사용된 수직의 콘크리트 라인패턴은 서양화가 남춘모의 작품 '스트로크 라인'의 맛깔스러운 패턴이 모티브가 되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이 스트로크는 콘크리트의 투박함 위에 연장해서 표현되고, 내외부 공간 전체를 작품의 연장으로 특성화한다.

계단실에 진입하면 3층까지 보이드된 콘크리트 매스와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받은 파란 문과 마젠타 색의 핸드레인은 앞으로 마주하게 될 공간과 음식에 대한 기대와 암시를 담는 중요한 장치이다. 2층의 레스토랑으로 오르는 계단을 제외한 1층 전체를 주차장으로 쓰는 필로티 구조의 이 건물에서 계단은 단점일 수도 있지만 이 집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외부에서 본 2층 창문의 문설주는 특별한 차양이 없이도 직사광선을 피하게 하는 효과의 더불어 시간대별로 실내로 유입되는 실루엣의 깊이를 달리한다.

내부공간은 두산오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전면의 메인홀과 뒤쪽의 각 실로 구성된다.

각 실은 전이공간인 테라스를 넘어 3층 높이까지 올린 나무담장 사이로 유입되는 빛과 하늘을 끌어들인다. 이것은 후면부의 약점을 극복하고 외부의 자연을 유입하여 공간적 확장을 더하고, 예술작품과 공간의 연계를 통해 액자는 틀을 넘어 콘크리트 패턴을 통해 내외부 공간 전체를 작품의 연장으로 특성화시켜 본래의 취지인 '맛'있는 건물의 이미지로 남는다.

글'사진=이병재 어번디자인스튜디오(Urban Design Studio)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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