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설원(說苑) 이야기

유향.
유향.

'설원'(說苑)은 기원전 6세기쯤 유향(劉向'기원전 77~6)이 편찬했다. 책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이야기(說)를 동산(苑)에 모아 놓았다는 의미다. 원래 이 책은 천자에게 간언하기 위한 일화를 모아놓은 것인데, 내용은 군주의 올바른 자세, 신하의 마음가짐, 일반적인 처세훈으로 나눌 수 있다. 고대부터 한나라 때까지의 온갖 지혜와 잠언이 담긴 이야기를 모아놓았는데, 그 분량이 상당해 무려 800여 편에 이른다. 당나라 말기 오대십국 시기에 흩어져 분실되어 5권만 남아 있었고, 송나라 문장가 증공이 복원해 20권이 되었다. 기사 대부분은 고서에서 뽑은 일화와 이야기이지만 원전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 책은 자료집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항간의 설화도 있어 풍속자료로서도 중요하다. 재미있는 이야기 두 가지를 추려본다.

초나라 장왕이 신하들을 위하여 잔치를 벌였다. 한창 술이 거나하게 오를 때 등불이 꺼지고 말았다. 그 틈을 타 어떤 신하가 한 아름다운 후궁에게 수작을 걸었다. 그러자 그 후궁은 그자의 갓끈을 끊어서 왕에게 보여주며 "어떤 신하가 불 꺼진 틈을 타 저에게 수작을 걸었습니다. 제가 그자의 갓끈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이 켜지면 그자를 잡아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러자 왕은 즉시 신하들에게 모두 갓끈을 끊으라고 명하고, 조금 있다가 불을 밝혔다.

3년 뒤 초나라와 진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그때 선두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신하가 있었다. 그의 용맹으로 초나라는 진나라를 물리쳤다. 왕은 그 신하를 조용히 불러 연유를 물었다. 그는 바로 후궁에게 수작을 굴다가 갓끈을 끊긴 신하이었다. 왕이 그때 모두 갓끈을 끊으라 한 것은 술자리에서 일어난 일로 한 여자 때문에 신하에게 부끄러움을 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공자의 제자 중에 용감한 성격의 자로가 있었다. 그가 어느 고을의 수령이 되어 수해에 대비하기 위해 백성들과 함께 수로를 정비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힘들어하자 자로는 자기 돈으로 음식을 사서 제공하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 자공을 시켜 음식 제공을 중지토록 일렀다. 이에 자로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공자에게 따졌다. 그러자 공자는 "너는 백성이 굶주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왕에게 고하여 비축미를 방출하여 구제하도록 말하지 않았느냐? 너는 왕의 은혜를 밝히지 않고 사사로이 덕을 베풀려 하느냐? 빨리 그만두지 않으면 네가 죄를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공자의 생각은 관리가 되었으면 나라의 입장과 규모에서 생각하고 일을 처리해야 된다는 충고였다.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