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스라엘 예외주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이스라엘 건국 초기 홀로코스트 희생자에 대한 이스라엘인의 일반적 인식이다. 그 의미는 매우 경멸적이다. 왜 싸워보지도 않고 순순히 가스실로 걸어 들어갔느냐는 것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스라엘인들은 생존자를 '비누'라고 불렀다. 나치가 유대인 시신의 지방으로 비누를 만들었다는 소문에 빗댄 말로, '비누같이 하찮은 존재'라는 의미다.

그 바탕에는 홀로코스트의 치욕이 적들을 물리치고 나라를 세운 영웅적인 건국의 서사(敍事)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1961년 이스라엘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 이후 그런 태도는 사라진다. 홀로코스트의 새로운 효용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바로 유대인은 영원한 희생자라는 '희생자 의식'이다. 이는 홀로코스트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에게 선조의 비극을 자기 것으로 느끼게 하였고, '6일 전쟁' 즉 1967년 제3차 중동전을 거치면서 국가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인들은 홀로코스트에 희생된 유대인의 이미지를 자신들에게 투영해 '아랍에 생존 위협을 받는 희생자'라는 허상(무력으로 이스라엘을 없앨 수 있는 아랍국가는 없기 때문에 허상이다)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이스라엘이 견지하고 있는 '이스라엘 예외주의'의 뿌리이다. 그것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이 안되려면 이스라엘은 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일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예외주의는 최근 가자지구 침공에서 보여준 것처럼 비무장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대량 학살을 정당화하고 아랍인에 대한 지독한 인종주의를 낳는다. 특히 인종주의는 기성세대만이 아니라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스라엘의 학자 두 사람이 곧 출간될 '학교생활 현장'이란 저서에서 아랍인에 대한 증오와 살의(殺意)는 일부 학생의 일탈 행동이 아니라 이미 10대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진단했다는 소식이다. 아랍인 학살 예비대가 이스라엘 학교에서 자라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비극적이고 섬뜩한 미래를 예견케 한다. 앞으로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의 피를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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