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계열의 IT&엔지니어링 전문기업으로 경북 포항에서 20여 년간 성장해온 포스코 ICT의 본사 기능이 기어이 수도권으로 다 옮겨가는 모양이다. 포항 본사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구매 인력 6명을 경기도 판교사무소로 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명분은 '업무 효율화'라고 한다. 이처럼 구매'계약'인사'총무 등 기업의 심장 역할을 하는 부서가 모두 판교로 가고 나면 포항에 남는 인력은 제철소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뿐이다. 포항의 본사 기능이라곤 사옥 관리나 남을까.
이 즈음에서 우리는 4년 전 포스코 ICT 박한용 전 사장(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이 했던 약속을 떠올린다. "포항이 분명 본사다. 회사 업무 특성상 서울 활동이 필요하지만 포항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실천해 지역 소외가 없도록 하겠다." 그는 지난 2010년 포스콘(포항)과 포스데이타(판교)를 합병하면서 본사가 있는 포항이 아니라 사무소가 있는 판교로 업무가 재편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십 년간 포항을 모태로 성장한 기업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데 따른 지역민들의 불편한 정서를 의식한 듯 유난히 강조했던 포항의 '본사 기능'이었다. 결국 그 말은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포스코 ICT는 합병 이후 핵심부서인 재무'혁신'감사'품질 분야 전원과 구매'총무'노무 등 일부 직원을 판교 사무소로 옮기면서 포항 금융사들이 자금 이탈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제는 구매팀 이전에 따라 포스코 ICT와 거래하는 상당수 하도급 업체들이 시간적'경제적 불편은 물론 물량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젊은이들이 대구경북을 빠져나가고 있다. 학생들은 진학과 취업을 위해 서울로 가고, 직장인은 안정된 미래를 위해 본사가 수도권인 기업으로 이직하려 한다.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것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포스코 ICT처럼 지역에 기반을 뒀던 기업의 수도권 이전은 성장동력을 잃은 지방의 청년인구 유출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대기업 유치는커녕, 있던 기업의 유출조차 막지 못하는 자치단체의 무사안일과 정부의 수도권 중심적 성장정책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포스코 ICT처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가고 나면, 지방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팔다리는 야위어가는 데 머리만 비대해지는 이 기형적인 국토개발의 전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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