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벌써 갔을까? 벌써 밤에는 창문을 닫고 이불자락을 부여잡고 잘 만큼 선선해졌다. 가을의 날씨를 보여주는 오늘, 갑자기 시와 노래가 생각난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 커피숍에 앉아 앞길을 지나가는 중학생들을 보니 나도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즐거워했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생각난다.
문득 이런 가사가 떠오른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의 욕심보다는 부모들의 욕심이 그렇게 된 원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서는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모습보다는 너무 똑똑하고 약은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치원에서부터 영어에 한자에 발레에 골프까지……. 시골에서 자란 나는 영어는 중학교 때, 한자는 고등학교 때 그것도 잠깐 배웠고, 발레는 꿈도 꾸지 못했고, 골프는 생각도 못했던 수업이다.
유치원은 무슨 유치원, 그리고 초등학교 때에는 학교 수업 외에는 학교운동장 또는 동네로 그냥 뛰어다니며 개울에서 개구리알을 퍼담고, 낚싯줄에 호박꽃을 달아 개구리 낚시를 하고, 강둑을 달리면서 곤충 또는 메뚜기를 잡으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잡을 만한 곤충이 별로 없고, 또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된장잠자리일 뿐 그 흔한 고추잠자리는 요즘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예전에는 장수풍뎅이니 사슴벌레니 하는 것들이 많아 남학생들이 잡아 싸움도 붙이고 여학생들에게 가져가 놀래주기도 하면서 놀았는데 요즘은 찾으려 하지도 않고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러다 보니 그 흔하던 곤충들을 대형마트에서 먹이와 같이 판매를 하고 있고 아이들은 그걸 돈 주고 사서 숙제도 하고 관찰을 한다.
세상이 좋아진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그냥 뛰어다니고 놀면서 배우고 알았던 지식들을 요즘 아이들은 자료나 실습을 통해 배운다. 그것도 애들 과제가 아니라 부모들 과제가 돼 버려 스스로 관찰하고 실행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모든 게 부모의 힘으로 하다 보니 지식은 쌓여가지만, 부모 도움 없이는 모든 일에 서툴고 겁많은 아이들로 자란다. 빠른 대처 능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스스로가 아니라 부모가 무조건 도와주고 대신해 준 결과다.
대안 학교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대학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존의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실험적 학교들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는 분명히 다르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어디서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어울려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석 대구영재유스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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