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남성은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할 말이 많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은 경험담으로,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은 전역한 친구들로부터 귀가 아프게 들은 것만으로도 직접 갔다 온 것 이상 실감 나게 이야기 한다. 여성이 가장 싫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군대이야기라는 유머가 있을 정도지만, 남성에게 군은 쉽게 떨치지 못하는 아련함과 지긋지긋함이 함께 담긴 곳이다. 연예인이 입대해 여러 훈련을 받는 모습을 그린 TV프로그램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끄는 것도 남성에게는 군에 대한 추억이, 여성에게는 폐쇄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GOP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과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여파로 군 개혁안이 속속 나오는 중이다. 국방부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만든 4개 혁신안을 9월 1일부터 시행한다. 평일 면회, GOP 근무자에 대한 휴일 면회, 계급별 공용 휴대전화 지급, 자율적인 휴가 등이다.
요즘을 과거의 잣대로 재는 것은 분명히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군의 유지 목적이 유사시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고, 이를 통해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최근 국방부의 여러 대책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국방부가 여론의 집중 비난에 일시적으로 문제점을 덮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모든 대책을 자율성과 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엄정한 군기나 극강의 전투력 유지라는 정작 중요한 목적이 뒤로 밀리는 느낌이다.
개인 성향에 따라 부적응 문제도 있지만, 사실 군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점은 대부분 폭력에서 출발한다. 이 문제는 정도 차이일 뿐, 군이라는 조직의 출발과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 외부로 불거질 때마다 근절 대책이 나왔지만, 제대로 뿌리뽑힌 적은 한 번도 없다. 현재나 부모세대, 그 위의 부모세대에게 군대생활이 지독한 악몽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그동안 국방부 장관이나 각 군의 참모총장 아래 영관, 장성급 지휘관이 아무리 떠들어도 일시적일 뿐, 여론이 잠잠하면 다시 도돌이표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일정 부분 폭력을 용인하는 군사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철저한 관리감독은 물론, 폭력이 발생한 곳의 지휘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군 생활을 악몽에서 추억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최말단 지휘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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