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병'의원들이 법적 의무인 환자 보관용 처방전 발행을 꺼려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환자 보관용 처방전은 환자 알권리와 건강권 강화를 위해 발급하도록 한 것으로 지병이 있는 환자가 처방전을 갖고 있으면 응급상황에도 정확하고 신속한 진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병'의원 측은 인쇄 비용 절감, 분실 시 개인 질병정보 노출 등을 이유로 환자 처방전 발급에 소극적이다.
정부는 2002년 의료법을 개정해 모든 병'의원에 대해 약국 제출용과 환자 보관용 처방전을 1장씩 교부토록 했다. 이 경우 환자가 약국에서 약을 받은 뒤에도 별도의 처방전을 보관할 수 있어 자신이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부작용이 생기면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다. 또 위중한 질환을 앓는 환자는 처방전을 휴대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병원에서도 신속하게 진료받을 수 있다.
최우익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처방전 속 병명 코드와 약품명을 보면 환자를 진료할 방법이 보인다. 특히 한밤중 응급실에 실려 온 위급 환자의 과거 진료 차트를 구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네의원을 비롯한 많은 병'의원들은 약국 제출용 처방전만 발급하고 있다. 대구 동구 효목동 A내과 직원은 "환자가 요구하면 발급하지만,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환자에게까지 인쇄비를 들여 나눠주는 건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했다.
이런 관행 때문에 환자들은 병'의원 측 눈총을 받아 가며 처방전 발급을 요청하는 처지가 됐다. 아들의 비염 치료를 위해 이비인후과를 다닌 김모(42) 씨는 "가입한 보험사에 처방전을 내면 치료비를 실비로 준다기에 병원에 처방전을 요청했다. 하지만 직원이 처방전을 어디에 쓸 거냐며 꼬치꼬치 물었다. 얼마 후에는 미처 못 받은 처방전을 달라고 했더니 돈을 내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환자 보관용 처방전 발행 의무가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제재가 없어서다. 이에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국회의원이 이 의무를 어긴 의사에게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개인정보 유출과 복사용지 낭비, 처방 내용 공개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반발해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해 7월에는 보건복지부 자문기구인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가 환자 보관용 처방전 발행 요구를 거절할 때에 한해 행정 처분하기로 했으나, 기초연금 논의에 밀려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대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많은 병'의원이 환자에게 보관용 처방전을 주지 않는 것은 경비 절감 효과도 있지만, 이 처방전을 갖고 다른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염려(환자 유출)와 자신의 처방 내역을 다른 의사가 볼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기도 하다"며 "병'의원은 환자에게 보관용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은 물론 용도와 관리 지침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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