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활의 고장 예천] ②전국 최고의 활 인프라

국제 규모 양궁·국궁장에 필드아처리까지…활잡이의 메카로

예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예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활의 고장'이다. 다음 달엔 국내 최초로 활을 주제로 한 '제1회 예천 세계활축제'가 열린다.
지난달 28일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 개막한
지난달 28일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 개막한 '제46회 전국남여양궁종합선수권대회'. 권오석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양궁체험. 예천군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양궁체험. 예천군

예천은 활의 고장답게 80년 전통을 자랑하는 무학정과 최고 시설을 갖춘 진호국제양궁장, 국궁 전수관 등 활 인프라를 갖춘 전국 유일의 지역이다. 이런 활 인프라를 기반으로 매년 전국 규모 양궁 및 국궁대회가 연중 열리고 전지훈련팀까지 줄을 이어 찾는 등 '활'이 지역경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예천군은 이런 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도청시대 국내 최초로 활축제를 개최하며 붐 조성에 나섰다.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궁장 '무학정'

지난달 24일 제52회 경북도민체전 국궁대회가 열린 예천읍 남산공원 일원 무학정. 경북 23개 시군을 대표하는 300여 명의 궁사들이 145m 떨어진 과녁을 향해 힘찬 활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낡고 비좁은 활터지만 대회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남산공원의 아름다운 경치와 국궁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무학정에서 활을 쏘는 것에 만족해했다.

김만한(68'칠곡군) 씨는 "궁도인들 사이에서 활은 예천, 화살은 경기도 부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천은 활의 고장으로 유명하다"며 "활의 오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무학정에서 활을 쏘니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학정에서는 활의 고장답게 매년 10월 예천군수배 남녀궁도대회가 200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전국 규모 궁도대회도 2, 3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동에서 개최된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궁도대회가 이곳에서 열렸고 올해는 지난달 23, 24일 양일간 문경에서 개막한 제52회 경북도민체전 궁도대회를 예천 무학정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또 오는 10월 중순 예천 세계활축제 기간 중에는 강원도 8개 정과 충청도 3개 정, 경북 5개 정 등 200여 명의 궁사들이 참가하는 중부내륙지구 궁도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강성화 무학정 사두는 "안동'문경시 등 인근지역에서 열리는 전국 규모의 국궁대회는 대부분 예천에서 개최한다"며 "주 개최지가 아닌데도 선수들이 활의 고장에서 활을 쏘는 것 자체에 대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무학정은 궁도가 적의 창'칼을 거두고 전쟁을 그치게 하는 학문이며 사장은 이러한 궁도를 익히는 심신의 수련장이란 뜻으로 지난 1933년 6월 예천읍 대심리 인근에 지어졌다. 무학정이 세워지기 전까지 예천의 궁술대회는 한천사장, 지금의 한천둔치에서 열렸다. 1925년 5월 31일 한천사장에서 예천군을 비롯해 상주군, 김천군 등 3개 군이 연합 궁술대회를 개최한 것이 첫 대회다.

1936년에는 무학정이 주최한 전조선궁도대회가 무학정과 한천사장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어 1961년 6월 대심리의 옛 사장을 현재의 남산공원으로 이전했으며 2001년 오래된 목조건물을 철거하고 현재의 무학정이 세워졌다.

경북무형문화재 6호 권영학 궁장은 "무학정은 선비들이 국운을 논하는 곳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노는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국궁과 더불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정신을 배우는 곳"이라며 "오랜 활 역사를 간직한 예천 국궁인들의 전당"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진호국제양궁장, '효자 노릇' 톡톡

국궁의 맥을 이어 베를린 세계궁도선수권대회 5관왕에 빛나는 김진호 선수의 세계 제패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운동장이 바로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이다.

경북양궁협회 회장을 지낸 이철우 예천군의회 의장은 "1978년 못살고 배고프던 그 시절, 당시 예천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김진호 선수는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다"며 "진호양궁장은 고 박정희 대통령의 배려로 국내 최초로 김 선수의 이름을 따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연면적 3천535㎡ 규모를 자랑하는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은 소나무가 우거진 산으로 둘러싸여 경치가 아름답고, 어떤 기상에도 바람이 잔잔해 세계 최고의 양궁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대구하계U대회 기간 중 예천을 방문한 제임스 이스턴 국제양궁협회장(IOC부회장)은 "진호국제양궁장은 세계 최고의 시설과 규모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한국미가 넘치는 세계 최고의 양궁장"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진호국제양궁장에서는 매년 전국 규모 양궁대회가 11~14차례 열리고 있으며 국내를 비롯한 해외 양궁팀들의 전지훈련, 그리고 양궁체험장 운영을 통해 매년 많은 외지인들이 찾고 있다. 지역 이미지 제고와 지역경기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기 예천군번영회 회장은 "양궁'국궁대회가 있는 날에는 밥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가보면 식당 곳곳이 선수들로 넘쳐나고 숙박업소들도 방이 없어 난리"라며 "활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말레이시아, 중국 등 해외 양궁선수단 5개 팀과 국내 선수단 28개 팀 등 모두 33개 팀 1천805명이 전지훈련을 다녀갔으며 양궁대회 13회 개최 2만1천68명, 양궁체험장 운영 708회 1만5천226명 등 모두 3만8천99명이 양궁장을 거쳐 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상당수 대회가 인천에 집중된 가운데도 예천군은 제46회 전국 남녀 양궁종합선수권대회를 비롯한 전국 규모 양궁대회 7개와 경북지역 대회 4개 등 11개의 양궁대회를 유치하며 양궁 메카 예천의 자존심을 지켰다.

진호국제양궁장에서 운영 중인 양궁체험도 인기다. 예천군은 매달 둘째'넷째 주 토요일을 '양궁체험의 날'로 운영하고 평일에는 신청자에 한해 양궁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체험은 양궁선수 출신 체험강사로부터 양궁장 유래 및 시설, 유의사항 및 체험 자세에 대한 설명을 듣고 1인당 10발씩 양궁체험을 할 수 있다.

이주삼 예천군 문화체육사업소장은 "진호국제양궁장은 축구장 2개 크기 국내 최대 규모 양궁장으로 미리 전화를 해 예약을 하면 선수 출신의 전문강사로부터 지도를 받고 활을 쏴 볼 수 있다"며 "화살이 과녁에 명중했을 때 그 쾌감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며, 체험비는 무료"라고 말했다.

◆제1회 예천 세계활축제 통해 활의 고장 예천 부활 꿈꾼다.

활은 정말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주몽과 이성계, 화살과 달리기를 하는 최영 장군 이야기, 윌리엄 텔과 로빈후드의 이야기 등 활을 떼어놓고 전설을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비상하는 영웅에게 활은 필수적인 도구였고, 우리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 바로 활이다.

국내 최초로 활을 주제로 한 '제1회 예천 세계활축제'가 다음 달 15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예천 한천체육공원 및 남산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신도청시대를 맞은 예천군이 매일신문사와 공동으로 야심 차게 준비한 국내 최대 규모의 활축제다. 이번 축제에는 중국, 일본, 몽골, 부탄, 말레이시아, 터키, 폴란드, 프랑스, 미국, 영국 등 10개국 20여 명의 글로벌 전통 활 시연단이 참가해 세계 각국의 활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또 활의 고장 예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국제학술심포지엄도 진행된다.

특히 국내 최초 필드아처리도 첫선을 보인다. 필드아처리는 옛날 궁사들이 숲에 가서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을 본 떠 만든 경기로 축제 기간 중에는 남산공원 일원에 마련된다. 고정된 과녁에 활을 쏘는 양궁 경기와는 달리 남산공원 일원 9개 코스 숲길을 따라 걸으며 실제 동물 모양의 표적을 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양궁 국가대표들과 함께하는 양궁체험과 과녁에서 소리가 나는 국궁체험 등이 함께 진행되며 기준점수를 획득한 체험객에게는 3천원 상당의 농산물 상품권이 지급된다.

이 밖에도 가족과 함께하는 전통활 만들기 체험, 명궁에게 배우는 활쏘기, 활로 물풍선 터트리기, 새총으로 인형 맞히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된다.

볼거리도 다양하다. 개막식 신기전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전통무예 24기 공연, 편사놀이 뮤지컬, 활 캐릭터 코스프레, 세계활전시관, 한천 분수와 레이저 등이 어우러진 멀티미디어 쇼 등이 준비된다. 또 예천지역배 활쏘기 대회와 아동편사 토너먼트 대회 등이 축제장에 마련되며, 무학정에서는 전국 규모의 국궁대회가 축제 기간 중에 열린다.

부대행사로는 2014 곤충나라예천농산물축제와 예천참우축제 등이 마련돼 축제도 즐기고 예천지역 우수 농'특산물을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갈 수도 있다.

운여홍 예천 세계활축제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축제를 준비하면서 전통 활터인 예천 무학정에 궁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진호국제양궁장에 체험객들이 줄을 잇는 모습을 보며 예천 세계활축제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다음달 축제장을 찾은 모든 사람들이 영웅에 대한 환희를 가지고 즐겁게 활쏘기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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