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구 문화계 정풍운동

지난 주말 국립현대미술관과 동대문디자인프라자를 다녀왔다. 조선시대 사간원이 자리 잡고 있던 사간동 즉 종로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과 동대문역사공원과 접하고 있는 거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관람은 여러모로 유익하고 또 생각거리를 주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는 사간동 일대는 국립민속박물관은 물론 갤러리 현대, 아트선재센터, 금호미술관, K옥션, 국제갤러리, 금산갤러리 등과 프랑스 문화원과 학고재 대한출판문화회관 등이 집중해있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문화의 최심장부이다.

여기서 놀란 것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에서 자리 잡고 있는 국내 유명 갤러리들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광주시립미술관 서울 분관 GMA갤러리 때문이었다. 서울 동십자각 부근에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서울 분관 GMA 갤러리는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 초입에 눈길을 모으는 코너 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대구는 왜 이런 발상을 하지 못할까 싶었다. 시립인 대구미술관도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구에는 미술 음악 등 전공자가 한해에 3천여 명씩 배출된다. 그들은 모두 과거 근대예술의 선구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선배들의 뒤를 좇아 문화도시 대구를 빛낼 잠재적 역량을 지닌 인재들이다.

그러나 음악 미술을 전공한 졸업자들이 그 전공을 지켜가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예술혼을 간직하면서 밥벌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때, 많은 희생자를 낸 부산외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행사 진행을 맡았다가 눈더미에 묻혀 삶을 마감한 사회자도 대구의 유명한 연극인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낮에는 원거리를 마다치 않고 행사를 뛰고, 밤에는 연극 무대에 서는 고달픈 예술가의 짐을 덜어줄 문화정책이 대구에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 사람들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서울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광주시립미술관 분관을 서울 사간동에 멋지게 열었다. 예술 직거래장을 만든 셈이다. 그런데 대구는 말발이 센 몇몇 문화권력자들 간의 동종교배에 대한 뒷담화만 무성할 뿐, 창의적인 발상이나 역량 결집의 움직임이 없다. 이권보다 본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계 지도를 그리는 정풍운동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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