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권영진의 대구 알기

요즘 권영진 대구시장은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밤늦은 시각까지 현장을 돌고 필요하다면 밤 10시에도 사람을 만나 자문을 받고 있다. 시장선거 때 목숨 걸고 일하겠다는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닌 것 같다.

권 시장의 이런 움직임은 지방행정에 익숙지 않고, 대구를 잘 모르기에 당연한 행보일 수밖에 없다. 또 대구의 여론주도층 및 기업인들과는 아직 서먹한 관계여서 많은 소통과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러기에 권 시장은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권 시장은 대구에 내려온지 불과 6개월 만에 인지도가 높았던 경쟁 후보들을 제치고 판을 뒤집어 정치권은 물론 대구시민들에게 적잖은 충격파를 던졌다. 추측건대 권 시장은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리라고는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솔직히 시장에 당선되기보다는 얼굴을 알린 뒤 다른 일을 도모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권 시장이 취임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시장준비 기간이 시장으로서의 능력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1년도 안 된 짧은 기간에 대구시의 얼굴이 된 권 시장에게 시민들이 일말의 불안감을 가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권 시장 자신도 아직 대구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권 시장 스스로는 자신감이 넘칠지 모르겠지만 '서투름'과 '의욕 과잉'에 따른 작은 실수가 나타나고 있다.

권 시장이 가장 먼저 챙기고 장악해야 할 상대는 내부 고객이다. 바로 대구시 공무원이 첫 고객인 셈이다. 권 시장의 구상과 능력, 행보가 아무리 뛰어나거나 바람직해도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권 시장의 첫 과제는 공조직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현장소통시장실을 운영하면서 정작 해당 부서는 모르고 있거나 긴급 기자회견을 할 때 해당 부서는 뒤늦게 듣고 부랴부랴 언론사에 연락하면서 일부 기자들의 불만을 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좌관, 정무조정실, 또 다른 비선조직 활용도 필요하지만 시민과 직접 맞닥뜨려야 하고 현안을 책임져야 할 조직이 시정의 중심에 서지 않는다면 공조직과 공무원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권 시장은 공무원들의 마음부터 사야 하고 다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들과 많은 소통을 해야 한다. 당분간은 현안보고를 받을 때 국'과장뿐만 아니라 실무담당자까지 배석시켜 그의 고민과 애로를 들어보면 어떨까.

권 시장이 또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공약이다. 시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반드시 실천해야겠지만 급하게 만들어진 그의 공약은 무리한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공약에 과도하게 집착해서는 권 시장 스스로 발목을 잡고, 시정의 큰 틀을 그르칠 수 있다. 50만 개 일자리창출, 범안로 통행 무료화 등 재검토해야 할 공약들이 많다. 일자리의 경우 단 1만 개만 창출하더라도 제대로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은 일자리 30만 개니, 50만 개니 하는 것은 크게 관심이 없다. 공약에 제시한 숫자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범안로 통행 무료화의 경우 시민세금으로 대체하자는 것인가?

권 시장이 6개월간 대구시정과 현안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다시 공약을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무리한 공약이 많았다. 대구 사정을 잘 모르고 공약을 만들었다. 죄송하지만 이렇게 수정하겠다" 고 발표하더라도 시민들은 크게 화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민들은 "권 시장이 참 솔직하네"하고 칭찬할 것이다.

다음은 소통 문제다. 대구의 여론주도층과 기업인 등은 아직 권 시장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전 시장에 비해 연배가 어린데다 대구에서 활동하지 않아 대다수가 '우리 시장님'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해한다. 이를 단번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많이 만나 대화하고 부대끼는 '소통'만이 어색함을 해결해 줄 수 있다. 이 부분은 권 시장 자신도 잘 인식하고 있고, 행동으로도 실천하고 있다.

밉거나 곱거나 권 시장은 '250만 대구호'의 선장이다. 권 시장이 키를 잘 잡아야만 항해를 잘할 수 있다. 대구호가 순항해야 시민이 행복하다. 시민들은 갓 출범한 권영진호가 순항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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