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틀니 지원사업 벌여놓고는 "예산없어 못해줍니다"

저소득층 노인들 식사 애로…복지부, 총액 규모 깎아 수혜대상자는 계속 줄어

대구 달서구에 사는 김모(73) 씨는 2년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보건소를 통해 무료로 지원받은 틀니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씨는 200만원이나 되는 틀니 비용이 부담돼 다시 보건소를 찾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재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 씨는 "틀니 없이 생활하다 보니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해 위장병까지 걸렸다. 지금은 유동식만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노인 틀니 지원사업의 예산이 부족해 혜택을 받지 못하고 불편을 겪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만 65세 이상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건강보험 전환자를 대상으로 무료 틀니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 틀니 지원은 평생 1회로 정해져 있지만 예전에는 지원받은 지 7년이 지난 노인들을 대상으로 재지원을 해왔다. 대구지역 저소득층 무료 틀니 지원사업에 사용된 예산은 2010년 17억4천만원에서 지난해 15억8천만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틀니 지원 비용(완전 틀니 기준)이 1인당 80만원에서 100만1천원으로 20% 이상 증가한 것까지 고려하면 수혜 대상자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도 늘고 있지만, 틀니를 지원받은 대구지역 노인 숫자는 ▷2010년 1천 명 ▷2011년 812명 ▷2012년 810명 ▷지난해 932명으로 2010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특히 틀니가 망가져 재지원을 받아야 하는 노인들은 막막하다. 그동안 구'군 보건소가 심사를 거쳐 재지원을 해줬지만 현재는 신규 신청자도 해를 넘겨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예산이 부족해 재지원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달서구 보건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새로 지원을 받는 분들에게 애초에 재지원이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와 시 측은 현재로도 예산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2012년 7월부터 만 75세 이상 노인들은 틀니 시술비용에 의료급여 및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20~30%를 본인이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보건소 관계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신청자 수가 늘고 있는데다 저소득층 노인들은 치아 관리 제대로 하지 못해 만 75세 이전에 틀니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한 보건소 방문간호사는 "만 75세 이전 어르신들은 무료 지원을 받았다가 틀니가 망가지면 재지원도 안 되고 보험 적용도 안 되다 보니 틀니 없이 지내는 분들도 자주 본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재지원이 됐는데 최근에는 도와줄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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