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예천군 지보면 시골이다. 친구들은 전형적인 농경사회가 공업사회로 변하는 시기 함께 자란 한 동네 육친 같은 사이들이다. 졸업 앨범 속에는 까까머리 친구들이 더 많다. 운동화를 신은 아이는 한두 명뿐, 모두들 검정 고무신을 신었었다. 사진 속에서 귀 중간까지 깡총하게 올라간 단발머리, 빡빡머리, 코흘리개 소년들의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마을에 자동차 한 대만 들어와도 모두 바깥으로 나가 구경했던 그런 그때의 시골 소년들이 자라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컴퓨터로 서로 얼굴을 보게 되었다.
단발머리 소녀와 추억의 코흘리개 소년들. 아주 까마득한 옛 시절의 모습들이다. 우리는 이제 서산에 지는 해다.
칠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앞으로 20년이나 30년 후엔 또 어떤 세상이 올까 궁금해진다. 문명이나 문화의 발전 속도로만 본다면 지금보다 더 정신이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중엔 오히려 그것이 우리를 또 다른 모습으로 숨막히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우리가 쓰는 물건들이야 시대에 따라 달라져가도 우리 삶의 본질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 말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옛날 까까머리들이 정신차리지 못할 속도로 굵직한 사건들이 휙휙 지나고 있다. 그런 사건들을 바라보며 문득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생각한다. 내 고향을 지키는 친구가 생각난다. 까까머리, 단발머리 생각이 난다.
정연회(대구 북구 복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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