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12일∼10월 19일 대구시내 일원서

"가감 없이…" 사람·자연·전쟁을 엿보는 세계의 시선

마르코스 로페즈
마르코스 로페즈 'Asado en Mendiolaza'

현대사진예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가 12일(금)부터 10월 19일(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대구예술발전소, 봉산문화회관 등 대구시내 일원에서 개최된다. 'Photographic Narrative'라는 주제 아래 열리는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에는 세계 31개국 250여 작가들이 참여해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지역(중남미, 아프리카 등) 작가들의 콜라주, 비디오아트, 대형 포토그램 등을 통해 급변하고 있는 사진의 표현 방법과 사진의 정체성을 조망할 수 있다.

◆주 전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주 전시는 스페인 출신의 사진기획자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가 기획을 맡아 '기원, 기억, 패러디'(Origines, Memories & Parodies)라는 주제로 사진예술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다. 기원은 사진 발명 175주년을 맞아 사진이라는 매체가 출발했던 순간을 되돌아보고 사진의 현재적 의미를 짚어보는 키워드다. 기억은 기록물로서의 사진, 패러디는 현대 사진의 주요 양상에 관해 물음을 제기하고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내는 주제다.

구본창, 최원준, 구동희, 한성필, 이명호(한국), 마르코스 로페즈(아르헨티나), 알프레도 데 스테파노(멕시코), 야마모토 마사오(일본), 왕게치 무투(케냐), 로베르토 후아르카야(페루), 크리스티나 데 미엘(스페인), 왕칭송(중국), 아자데 아크흐라기(이란), 안젤리카 다스(브라질), 시게유키 키하라(뉴질랜드) 등 18개국 32명의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사진예술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특히 안젤리카 다스는 각기 다른 피부색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피부 색깔로 인간을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작가는 피부색과 같은 색깔로 인물의 배경을 처리함으로써 피부색은 사회 환경적 관념에 따라 결정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사모아 출신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시게유키 키하라는 역사, 젠더, 인종, 문화 등을 주제로 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남성의 성기를 가진 여성 사진을 통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로베르토 후아르카야는 30m 길이의 감광지를 열대우림에 설치한 뒤 인공 광원을 비춰가며 열대우림의 모습을 담은 대형 작품을 선보인다. 열대우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존재의 기원을 이야기한다.

한편 주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사진의 다층적인 면모를 해석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된다.

◆전시

'이탈리아 현대사진전'을 비롯해 '만월: 하늘과 땅의 이야기전' 등이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한'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탈리아 현대사진전'은 아리안나 아르카라, 루카 산테세, 수잔나 세르파스 소리아노, 사라 베날랴, 파올라 디 벨로, 모이라 리치, 카를로 페이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을 통해 이탈리아 현대사진의 양상과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이탈리안 룩 NO. 3'와 바스코 아스콜리니, 다비데 브라만테, 비토리아 두소니 등 이탈리아 현대사진작가들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사진의 리얼리티에 의문을 제기하는 '3인의 이탈리아 현대작가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월: 하늘과 땅의 이야기전'은 동양적 사유의 근원인 마음으로 바라본 아시아의 하늘과 땅,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조망하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낸다. 참여 작가들은 한(恨), 샤머니즘, 원시 자연 등 각각의 키워드를 갖고 작품을 제작했으며 이들 작품을 통해 기계론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공존의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이일우 기획자는 "역사 속에 녹아 있는 사유와 사상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아시아 문화를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시하는 이번 전시는 서구 현대사진예술의 패러다임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사진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전통시장을 조명한 전시 '마음열기 바라보기 IN MARKET'과 '2014 국제젊은사진가전'(봉산문화회관), '2012 우수 포트폴리오 선정 작가전'(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다큐멘터리사진전'(대구예술발전소), 명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풍경사진전 '광야 THIRSTY LAND'(수성아트피아) 등도 마련된다.

또 갤러리분도, 대백프라자갤러리, 동원화랑, 리안갤러리, 이상숙갤러리, 스페이스129 등 24개 화랑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한국 등 5개국 52명의 사진작가 작품을 전시하는 화랑 기획전도 진행된다.

◆전쟁 속의 여성

여성의 입장에서 본 전쟁을 주제로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 '전쟁 속의 여성'이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린다. 석재현 대구미래대학 교수가 기획한 '전쟁 속의 여성'에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등 7개국 18명의 작가가 참여해 씻을 수 없는 인간의 치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전쟁 속의 여성'은 자의와 타의를 불문하고 전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을 주제로 한 '전쟁과 여성', 전쟁터를 누비며 참혹한 실상을 전달했던 여성 종군기자의 눈에 비친 '전쟁을 담은 여성 종군기자', 뼈아픈 과거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조망한 '정신대' 등 세 가지 소주제를 통해 전쟁과 여성이라는 주제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서구 사회에 처음으로 알린 대구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김영희 작가를 비롯해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사진 속에 아로새기고 있는 안세홍 작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친구가 된 일본 작가 이토 다카시,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하이디 라빈, 베트남 전쟁에서 낙하산을 탄 유일한 종군기자 캐서린 르로이 등의 작품은 깊은 울림을 준다.

한편 일본의 만행을 용기 있게 밝힌 김학순 할머니를 만난 후 충격에 빠져 한국뿐 아니라 북한,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을 방문해 90명의 위안부 피해자를 취재한 이토 다카시는 대구를 방문, 이용수 할머니를 만날 계획이다.

◆부대행사

13, 14일 호텔 인터불고에서는 '포트폴리오 리뷰'가 열린다.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포트폴리오 리뷰'에는 웬디 와트리스 미국 휴스턴 포토페스트 디렉터, 아이린 아팅거 유럽사진미술관 출판팀장, 구본창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이상일 고은사진미술관장 등 국내외 유명 사진전문가, 평론가, 디렉터 등 24명의 리뷰어가 참여해 70여 명의 작가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심사를 진행한다.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선정된 작가는 '2015 휴스턴 포토페스트'에 초대된다.

15일 오후 2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는 국제사진심포지엄이 개최된다. 김성민 경주대 교수의 진행 아래 국가, 민족, 개인이 갖고 있는 정체성이 사진예술을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조명하는 한편 향후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대구시민들의 웃는 얼굴을 촬영한 뒤 이를 대형 걸개 사진(가로 48m, 세로 15m)으로 제작해 동아쇼핑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소(笑)소(笑)한 행복사진관', 대구 중구 종로 및 진골목 일대 음식점 28개소에 사진 작품을 전시하는 '도시 프로젝트-맛있는 사진관', 계산성당-이상화고택-서상돈고택-구 제일교회-종로-경상감영공원-대구근대역사관-북성로-대구예술발전소 코스를 탐방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대구근대골목 촬영투어' 등 시민들과 함께하는 행사도 준비된다. 053)655-4789.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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