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참여마당] 수필2-아버님 생각에 목이 메다

事親(사친)

逝前月頃 何日暮(서전월경 하일모)

돌아가시기 달포 전쯤, 어느 날 저녁

還甲到子 齒於慮(환갑도자 치어려)

환갑 앞둔 자식 치아 걱정되시어

松鹽齒藥 親與之(송염치약 친여지)

당신께서 건네주신 송염치약을

嗚呼惜而 吾不用(오호석이 오불용)

어찌할거나 아까워서 나는 못 쓰네.

"우리 아들 서울구경 한번 시켜줄까?"하시면서 아버지는 커다란 두 손바닥으로 어린 나의 양쪽 관자놀이 어림께를 감싸서 공중으로 번쩍 들었다가, 내가 아프다고 바동거리며 소리치면 껄껄 웃으시면서 목말을 태워주시고, "어디 질매(길마) 한 번 져볼거나~" 하시면서 나를 가로지기(橫)로 등에 업고 빙글빙글 돌리시다가 내려놓을 때면, 나는 한참을 어지러워했다.

내 나이 어느덧 66세, 아버지는 지금 내 곁에 계시지 않는다.

8년 전 어느 날, 환갑이 가까운 아들의 치아를 염려하시다가 어디서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송염치약 하나를 구해서 그날 저녁 내 손에다 쥐여주셨다. 그리고 40여 일 후, 이별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는 나를 남겨두고 팔순(八旬)의 아버지는 주무시듯, 그렇게 떠나가셨다.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아까워서 차마 못다 쓰고 벽에 걸어놓은 송염치약을 바라볼 때면, 지난날 어린 시절 그때의 일들이 지금까지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서 아련하게 떠오르고, 그 기억 속의 편안함과 따뜻함 속에서 왠지 모르게 자꾸만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서 느끼는 애틋한 정(情)과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제 와서 생각하면 제대로 효도 한 번 해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 다행히 공부는 제법 잘해서 상장을 자주 갖다 드렸던 편이라, 그때마다 기뻐하시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기억이 머무는 저기 저 끝에 아버지가 웃고 계신다.

이정환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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