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맛에 단골] 아일랜드 통신 직원 옛날 삼겹살

특수 사료 암퇘지 고기·피아노줄 석쇠 '맛 비결'

"고기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이 말을 들으면 섭섭해할 고깃집이 있다. '옛날 삼겹살'의 고기 맛은 확실히 다르다. 맛의 비결은 암퇘지와 석쇠에 있다. 17년 가까이 고기 유통업을 하며 이 분야에 잔뼈가 굵은 신동국(52) 사장이 특수 사료를 먹인 암퇘지 농장과 계약을 해 손님상에 올린다. 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잘못 구우면 원재료의 맛을 살릴 수 없다. 피아노 줄로 만든 석쇠는 고기를 숯불에 직접 구운 것처럼 제 맛을 살려낸다. 두툼한 삼겹살 두께만큼 사장의 정도 두둑한 옛날 삼겹살을 찾아갔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삼겹살 회식

휴대전화 판매점인 '아일랜드 통신'. 이곳 직원들은 옛날 삼겹살의 단골 중 단골이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이곳에서 회식한다니 명예 회원증이라도 줘야 한다. 대구 중구 남산동이 일터지만 일부러 이곳까지 차를 타고 오는 이유는 '고기 맛'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그것도 똑같은 메뉴로 회식이라니. 내부 불만이 있을 것 같았다.

"잦은 회식이 싫지 않으냐"고 묻자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젓는다. "맛있는 고기 먹는데 왜 싫어해요?" 눈빛을 보니 상사의 눈치를 보고 빈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이들은 "고기 먹으러 갈까?" 하고 물으면 절대 거절하지 않는 고기 마니아, 주당들이다. 5, 6명이 와서 30인분을 해치울 정도다. 이 중 10인분은 아일랜드 통신 대표 주상남(51) 씨의 배로 들어간다. 회식비 지출이 만만치 않지만 맛있는 고기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주 씨의 회식 신념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주 씨는 "이 집 고기가 맛있어서 혼자 10인분을 먹을 정도"라며 "회식이 끝나면 운전해서 안전하게 직원들을 집에 데려다 주는 것이 내 임무"라며 웃었다.

삼겹살은 딱 봐도 두툼하다. 옛날 삼겹살의 신동국 사장은 "손으로 자르기 때문에 두께가 일정하지는 않지만 어림잡아 3㎝는 될 것"이라며 자랑한다. 고기가 두꺼워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 단골의 발길이 이곳으로 자연스레 향한다. 이날 고기를 굽던 이기훈(36) 씨는 "돼지고기가 뻑뻑하지 않다. 육즙이 많고 부드러워서 고기가 두꺼워도 아주 잘 잘린다"며 "얼렸다가 녹인 냉동 삼겹살과 다르다"며 부드럽게 가위질을 했다.

삼겹살의 최대 단점은 고기를 구울 때 생기는 연기와 기름이다. 옛날 삼겸살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아노줄을 이용한 실석쇠 '실실이'를 사용한다. 이 석쇠는 숯이 고기에 바로 닿아 굽는 듯한 효과를 내며, 기름이 거의 생기지 않아 석쇠를 수시로 갈 필요가 없다. 최수아(35) 씨는 "삼겹살은 주방에서 초벌구이가 된 상태에서 나오기 때문에 조금만 더 구우면 된다. 기름이 많이 안 생기니까 고기 굽기도 편하다. 그런데 이게 피아노 줄인지는 지금 알았다"며 웃었다.

◆고기 질로 승부한다

신 사장은 고깃집은 고기 질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돼지와 소고기 유통만 17년간 했고, 한때 수성구에서 소고기 가게도 운영했었다. 어떤 고기가 좋고 나쁜지 딱 보면 견적이 나온다. 그는 "소고기는 서민들이 먹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래서 서민 음식인 삼겹살을 팔기로 결심했다"며 "무조건 싼 고기보다 질 좋은 고기를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고기 맛이 좋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옛날 삼겹살은 경남 창녕의 돼지 농장과 계약해 특수 사료를 먹인 암퇘지만 공급받는다. 농장에서 돼지 사육 상태를 확인하고, 고기 품질을 확인한 뒤 식당에 가져오기 때문에 고기가 맛있을 수밖에 없다. 단, 목살 부위는 경남 합천에 있는 농장에서 가져온다. 신 사장은 "우리나라 농가들은 돼지를 사육할 때 목에 항생제를 놓는다. 그래서 돼지를 도축하면 목에 주삿바늘 자국이 있고, 그 부위가 곪은 경우도 많아 손님상에 내기 찝찝했다"며 "합천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항생제 돼지를 키우는 곳이라서 목살만 합천에서 공급받는다"고 덧붙였다.

삼겹살의 뒤를 잇는 인기 메뉴는 라면이다. '해물듬뿍라면'은 한 냄비당 가격이 6천원으로 라면 값치고 제법 비싼데도 손님들이 좋아한다. 이 안에 낙지와 새우, 꽃게, 오징어, 홍합 등 각종 해물을 넣어 국물을 우려냈기 때문이다. 최수아 씨는 "국물에서 게맛이 나서 좋다. 삼겹살을 먹은 뒤 국물을 마시면 입 안이 개운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음식외 단골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것은 신 사장의 세심한 친절이다. 신 사장은 음악 소리가 손님 대화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요란한 대중가요 대신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곡을 배경음으로 깔고, 식당을 나서는 손님에게 직접 섬유탈취제를 뿌려준다. 정혜정(45) 씨는 "나는 목소리가 작은 편이어서 시끄러운 식당에 가면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운데 여기서는 일행들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어서 좋다. 삼겹살집과 클래식 음악이 은근히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삼겹살(국내산) 130g 8천원, 막창(캐나다산) 150g 7천원, 돼지갈비(국내산) 150g 8천원, 목살 1인분 8천원, 삼겹살 260g+막창 250g 세트 메뉴 2만5천원, 해물듬뿍라면 6천원.

▷영업시간: 오후 5시~오전 1시까지 ▷규모: 70석

▷주차장: 별도 주차장 없음

▷문의: 대구 남구 봉덕동 729-9번지, 053) 472-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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