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제일모직 터 개발 방향 등을 골자로 한 삼성그룹과 대구 사이의 협약(MOU) 체결이 이달 15일(예정)로 다가왔다.(본지 9월 5일 자 1, 3면 보도) 삼성과 대구는 삼성상용차 철수 이후 냉랭한 관계를 청산하고 파트너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지역민들의 이목이 삼성에 집중돼 있다.
◆'창조경제 1번기' 발돋움
지역 학계'산업계'재계는 이번 MOU가 대구 발전의 전기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글로벌 삼성의 DNA를 이식받은 대구가 '창조경제도시 1번지'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김동구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삼성이 대구로 다시 찾아와 좋은 선물까지 주는 것 같아 지역 경제인으로서 고맙다"며 "대구가 삼성그룹의 모태 도시로서 도시 브랜드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은 "대구가 역점을 두는 기계, 섬유, 금속 등 8개 신특화사업에 삼성의 ICT 기술이 접목되면 지역 융복합 산업이 큰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며 "특히 삼성의 혁신적인 기업문화가 대구 중소기업들에 전파됨으로써 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덕 대구 스마트벤처창업학교장은 "공장, 연구소 설립 등 기존 대기업의 직접 투자 방식과 달리 이번에 삼성이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대구를 지원키로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대가 크다. 특히 지역 ICT 창업 기업들이 큰 도움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이 지원하는 창업공간'인재스쿨에 속하거나 투자자금을 받는다면 이름 없는 창업 기업도 '삼성' 이 인정하는 유망기업이 되는 셈이다.
올해 초 스마트벤처창업학교를 졸업(1기)한 노밋의 신희빈 CTO(최고기술자)는 "베트남에 스마트 솔루션을 수출하면서 글로벌 삼성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삼성의 직원 교육 시스템, 회의 진행 방식이나 직원 복지 제도, 디자이너'개발자'관리자 등의 협업 시스템 등을 직접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이장우 한국경영학회장(경북대 교수)은 "현재 삼성이 가진 경영기법을 배우기보다는 그들의 기업가정신, 도전정신을 전수받아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 창업 육성 등으로 구현하자"고 했다.
배용국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장은 "기업생태계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삼성이 대구 청년 창업가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창업의 붐을 일으키는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 나아가 대구의 청년기업가들이 개발한 제품'기술을 삼성이 키워주고 구매해주며 문호를 열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한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삼성의 우수한 인프라와 연구개발력이 지원된다면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군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컨설팅 전문기업 GBS코리아 이병열 대표는 "삼성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역의 인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삼성과 대구가 타 시도와 대기업 간 협력모델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밋빛 이벤트에 그치지 말아야
삼성은 옛 제일모직 터에 대규모 창업단지와 삼성'대구의 역사문화를 기념하는 메모리얼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제일모직 터는 대구의 제1공단으로 조성돼 대구와 함께 대한민국의 산업 역사를 이끌어갔다. 하지만, 제일모직 터 개발 프로젝트만 놓고 삼성을 유치한 것처럼 들떠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대구 경제 발전의 진정한 밑거름이 되려면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이 양자 간에 성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중규 대구경북연구원 창조산업연구실 위원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삼성과 연계하는 것은 좋지만, 현재로선 지역이 염원하는 대기업 유치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대구시가 중장기적인 노력을 펼쳐 달성 국가산업단지 등에 삼성의 연관 산업체나 계열사를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대구 북갑)은 "광주는 지난 10년간 광(光)산업을 육성해왔다. 이제는 중앙정부의 누구도 광산업 관련 프로젝트를 광주가 따가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광주가 부럽다. 이런 것을 대구시장이 해야 한다. 삼성과의 협력을 통해 대구가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하 삼보모터스 대표는 "대기업 투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 하지만 보여주기식이어서는 안 된다.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삼성과 협의해 좋은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현덕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장은 "제일모직 터, 경북도청 이전터, 경북대, 동대구벤처밸리를 잇는 '도심 내 첨단지식 서비스벨트'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과 대구가 창조경제 구현의 동반자로 새 역사를 열자는 주문도 있다. IT 업체인 더아이엠씨의 전채남 대표는 "삼성이 창업지로서의 대구를 인정하고 삼성상회 터, 제일모직 터 등을 역사화시켜 줬으면 좋겠다. 특히 삼성창업단지가 지역의 젊은 인재들을 결집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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