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을 넣고 홈런을 치면 뭐 하나, 경기에서 이기질 못하는데.'
대구의 대학입시 대비 태세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수능시험 성적이 좋지만 최종 결과물인 진학 실적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다. 대구가 변화하는 대입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입에서 수시모집, 그중에서도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대구 고교 다수가 여전히 수능 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바꾸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대구시교육청은 수능 성적이 좋다고 자랑하기 바쁘다.
수능 성적에 비해 대구의 진학 실적이 얼마나 부진한지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은 공식 통계가 없어 고교 현장의 진학지도 교사들이 체감하고 있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대구의 현실과 현장의 반응을 살펴봤다.
◆수능 성적은 '화창', 상위권 대학 진학 실적은 '암울'
대구는 전통적으로 수능 성적이 좋은 지역이다. 2012~2014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평균 합계(국어'영어'수학)에서 대구는 전국 7개 대도시 가운데 광주에 이어 줄곧 2위 자리를 지켜왔다.
상위권인 1'2등급 비율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A형의 1'2등급 비율은 7개 대도시 중 1위, 국어 B형은 4위였다. 수학 A'B형은 각 3위, 영어 A형은 2위, 영어 B형은 5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인천과 부산이 수능 성적에선 대구에 뒤지지만 상위권 대학 진학 실적은 대구보다 좋았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4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의 지역별 최초 합격자 수'와 2014 수능 성적을 비교하면 이런 사실이 드러난다.
인천은 국어 B, 영어 A형만 6위에 올랐을 뿐 나머지 과목은 모두 최하위인 지역이다. 부산은 영어 B형만 대구보다 앞선 4위였다. 하지만 서울대 수시 최초 합격자 수는 서울(981명)에 이어 부산(149명), 인천(127명)이 2, 3위를 차지해 대구(118명)보다 많았다.
현행 입시 체제는 학생부 종합전형 합격자 비율이 낮으면 진학 실적이 좋을 수 없는 구조다. 서울대만 해도 2014학년도 전체 모집 과정 중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82.9%일 정도다.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서울대의 학생부 종합전형 합격자 비율을 따졌을 때도 대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자료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가 재가공한 것이다. 7개 대도시를 기준으로 2014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학생부 종합전형 합격자 비율을 분석했을 때 대구는 3.3%로 서울(34.3%) 외에 부산(4.8%), 인천(4.4%)에까지 뒤져 4위에 머물렀다. 2012, 2013학년도에도 서울, 부산, 인천에 밀려 4위였다. 서울대는 물론 연세대와 고려대까지 포함해 학생부 종합전형 합격자 비율을 따졌을 때 결과는 더욱 좋지 않았다. 대구는 2012~2014학년도 모두 5위에 그친 반면 부산과 인천은 상위권을 유지했다.
◆진학 실적 부진 원인, 무지와 나태
대구의 수능 성적이 좋은 데도 진학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무지와 노력 부족이 부른 화(禍)'라는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확대됨에 따라 학술 동아리 활동, 독서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 등 학생부의 비교과 활동 기록이 강조되는 추세다. 하지만 상당수 대구 고교는 이 부분을 제대로 기록하는 게 버거운 실정이다. 정규 수업뿐 아니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까지 수능 대비 위주로 운영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평일은 물론 토요 방과후학교, 막 끝난 여름방학 방과후학교까지 수능 대비 수업으로 채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부 고교는 논술 강좌를 추가하는 정도로 수시에 대비한다고 큰소리를 친다. 문제는 논술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곳은 상위권 대학이어서 각 고교에서 이 전형으로 진학할 만한 학생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 게다가 논술 전형은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시교육청 관계자조차 "이젠 수시에 승부를 걸지 않을 수 없고, 수시의 초점은 논술 전형이 아니라 대세로 자리 잡아 가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맞춰야 한다"고 하는데도 '쇠귀에 경 읽기'다.
한 고교 교사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만이라도 수능 위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학생이 대학에서 전공하고 싶은 분야의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진로 맞춤형 과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게 하는 학교가 드물다"며 "수능 외엔 신경을 제대로 쓰지 않는데 어떻게 학생부 기록을 풍성하게 만들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고교 교사는 시교육청은 물론 교사들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변화하는 입시 흐름에 둔감하고, 이를 따라잡으려는 의지가 부족하거나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이 같은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굳이 그런 것을 할 필요가 있느냐'며 변화를 외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바뀌면 기존에 받던 수업 수당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교사도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교사와 시교육청을 막론하고 진학을 담당한 이들이 수시에 맞춰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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