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아들이 아버지에게 불평한다. "저 가출 하겠어요. 벌써 아버지 통장에서 30억원을 인출 했어요." 곧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니가 그지(거지)야. 쥐꼬리 만한 돈을 어따 써. 하루 있다 오려고?"
인기 방송코미디프로의 '억수르'란 코너의 한 토막이다. 세계 제일의 갑부, 중동의 석유 재벌 만수르를 패러디한 이 콩트는 첫 방송부터 "참~소박해", "니가 그지야" 등의 유행어로 화제가 됐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중동의 재벌 만수르(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활황인 아파트 분양 열기에 힘입어 시행사를 중심으로 많게는 수백억원에서 적게는 수천만원의 분양권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가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활황인 부동산 경기로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는 부자가 생겨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분양사 리코씨앤디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대구에는 3만여가구의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매출로 따지면 6천억원 가량 된다.
업계에선 수성구 한 아파트 단지의 시행에 참여한 A씨가 돈벼락을 맞았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주위에선 아파트 시행사업에 10억원을 투자해 70억원의 수익을 냈다고 짐작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역의 이름 있는 시행사는 통장에 수백억원이 꽂혀 있다는 소문도 자주 들린다.
사업가 B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300억원을 부동산에 투자하면 2년 안에 100억원 가까이 벌 수 있다고 아파트 시행에 투자를 권유받았다. 그는 "대구 아파트 분양 시장을 감안할 때 충분히 답이 나오는 사업이다. 투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에서 경매로 나온 대형 음식점에도 곧 오피스텔이 들어설 것이란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광고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C대표도 요즘 주 업무 외에 아파트 시행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구나 경북의 땅을 보러 다닌다. 그는 "아파트 투자는 잘만 하면 한번에 큰돈을 만질 수 있다. 시행을 해 볼 요랑"이라고 했다. 동대구 제이스호텔 부지, 귀빈예식장, 제주가든 등 지역 대표 서비스 업체들도 이런 이유에서 헐렸다는 분석이다. 지역 건설사 한 임원은 "나름대로의 사정은 있었겠지만 멀쩡한 식당이나 예식장을 접고 너도나도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고공행진하는 부동산 경기가 투자붐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행사 전문가들은 '만수르'를 꿈꾸다 자칫 '쪽박'을 찰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역 한 시행사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면 너도나도 대박을 노리며 아파트 시행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사업 성공이 쉽지만은 않다"며 "분양이 잘되더라도 입주때까지 2년여 간의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사업 위험성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행사 대표도 "세금이나 배당 등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법인세, 주식 배당세 등 세금을 제하면 수익의 30~40%밖에 손에 못 쥔다. 게다가 시행이란 돈을 벌어서 더 큰 사업을 벌이는 탓에 열번 사업에 성공해도 한번 실패하면 회사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만수르=개인자산 약 34조원, 가문의 재산이 약 1천조원이 넘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재산을 가진 아랍에밀레이트의 석유 부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프리미어리그 명문구단 맨체스트시티 구단주로 활동하면서 통 큰 복지와 투자로 화제가 된 인물.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