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첫 담배 '승리'부터 88·에쎄까지… 국내 담배역사

최대 히트품은 점유율 63% '솔'

'파랑새, 화랑, 솔, 88, 타임, 디스, 한라산, 라일락, 에쎄….'

국내 담배 역사는 1945년 일제강점기 해방과 궤를 같이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온 담배는 '승리'다. 광복의 기쁨을 표현한 이름이다. 1945년 광복 기념으로 미 군정청 전매국이 출시했다. 당시 가격은 3원. 책 한 권 정도를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고 한다. 이 담배는 2년 뒤 5원으로 값이 껑충 뛰었다. 1946년에는 완전한 독립과 민족의 자존심을 고취한다는 의미에서 '백두산'과 '무궁화'가 나왔다

이어 1949년 국군 창설 기념으로 '화랑'이 나왔다. 이 담배는 1981년까지 발매돼 역대 최장수 기록으로 남아 있다. 반면 1948년 정부 수립 기념용으로 나온 '계명'은 4개월 만에 단종되기도 했다.

계명은 '새벽의 닭 울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지도 위에 수탉이 서서 새날이 밝았음을 외치는 그림으로 새 정부의 탄생을 축하했다. 1951년 나온 '건설'은 전쟁 중의 국가 재건을 상징했고 1955년 발매된 '파랑새'는 전후 희망과 의욕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었다. 파랑새는 한 갑에 50환에 팔렸다.

궐련지에 싼 막궐련(필터 없이 종이에 싸서 피우는 담배) 형태로 발매되던 국내 담배업계에 처음으로 나온 필터 담배는 1958년 아리랑이다. 1988년까지 30년간 서민의 사랑을 받았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담배 한 갑이 50원에서 200원 선이었다.

국내 담배 가운데 최고의 히트작은 1980년 등장한 솔이다. 광복 이후 판매량 1위(171억7천705만6천 갑)에 올랐고, 1986년에는 63.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단종됐다. 1988년 올림픽 개최를 기념하는 '88' 담배는 600원에 선보였다.

KT&G 관계자는 "담배 이름은 시대 상황을 반영해 왔다"며 "1940∼60년대는 경축하거나 국가 재건의 의미를 담은 게 많았다"고 설명했다.

2000년에는 남북경제협력 방침에 따라 남북 합작으로 '한마음'을 시장에 내놓았으나 1년 9개월 만에 단종됐다.

1988년 담배시장 개방 이후 외국 담배들이 쏟아져 들어온 뒤에는 국산담배 이름이 대부분 외래어로 바뀌게 된 것도 특징이다. 소비자들이 글로벌 브랜드에 친숙해지면서 외국산을 선호하게 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국 이름을 붙인 셈이다. 이런 기류에서 탄생해 서민들에게 사랑받는 '디스'는 1994년 900원에 판매됐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담배는 에쎄(ESSE)다. 1996년 처음 출시됐고, 현재 열두 종류를 국내에 팔고 있고, 일곱 종류는 해외에 수출한다. 에쎄는 2004년 2천500원으로 오른 뒤 10년째 제자리에 머물다 이번에 2천원 인상을 예고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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