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2020년 흡연율 29%"…애연가들 담배 끊을까

저소득층·청소년 금연 탁월, 금연관련 단체 "적극 지지"

11일 대구 남구 대명동 파크맨션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남부지사와 남구보건소가 공동으로 마련한
11일 대구 남구 대명동 파크맨션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남부지사와 남구보건소가 공동으로 마련한 '건강백세운동교실'에 참여해 간접흡연의 폐해를 알기 위한 폐활량 측정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담뱃값 인상이 금연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는 1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10년째 평균 2천500원에 머문 담뱃값을 2천원 올려 4천5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한 '종합 금연대책'을 발표했다.

인상안 발표 후 보건소 금연클리닉 신청자가 평소보다 대폭 늘어나는 등 이참에 담배를 끊겠다는 시민 반응이 즉각 나타나고 있지만, 담뱃값 인상이 촉발한 금연바람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시민들도 많다.

1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담뱃값 인상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제협력기구(OECD) 최고 수준인 성인남성 흡연율(현재 43.7%)을 2020년 29%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금연 관련 단체들은 담뱃값 인상이 흡연문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 주장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대한금연학회는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담뱃값을 10% 인상하면 담배소비는 4% 정도 감소한다. 특히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은 2배, 청소년은 성인의 3배 정도 효과가 나타난다. 담뱃값 인상은 청소년의 흡연시작도 늦추는 효과가 있어 청소년에게도 가장 효과적인 담배 규제 정책이다"고 했다.

시민들의 금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인상안 발표 직후 대구지역 각 보건소에는 금연클리닉 문의 및 신청 전화가 급증했다. 올 초부터 이달 10일까지 대구의 8개 구'군 보건소 금연클리닉 신청자는 모두 1만2천192명으로 하루 평균 49명꼴이었으나, 11일 하루 동안 신청한 사람은 모두 159명으로 평소보다 3.3배 늘었다. 북구보건소 관계자는 "하루 평균 10명이 금연클리닉 신청을 하고 상담 전화도 20~30여 건 정도였는데, 오늘은 신청자만 35명이나 됐고 상담 전화도 30여 건에 이르는 등 평소의 2, 3배 수준이다"고 했다.

담뱃값 인상을 통한 금연정책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운 세수 늘리기일 뿐, 금연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구 침산동 한 편의점 업주는 "담배 구매율이 평소와 비슷하다"며 "금연 관련 공포 광고가 나온 직후에도 잠시 매출이 떨어졌지만 금세 회복했다. 담뱃값이 올라도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회사원 이모(28) 씨도 "담뱃값을 올려 세금을 늘리려는 속셈으로 보인다"며 "담배에 익숙해진 사람은 쉽게 끊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담배의 중독성 때문에 담배를 끊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결국 저소득층 흡연자들이 인상된 세금 대부분을 감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납세자연맹 관계자는 "2011년 하위소득층 여성 흡연율은 11.2%로 2004년 담뱃값 인상 다음해 8.5%보다 오히려 2.7%포인트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사업을 벌이겠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2004년 담뱃값 인상 당시 금연사업을 더 벌이겠다고 했지만,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1%만 금연사업에 사용했을 뿐 대부분을 일반예산사업에 사용됐다"며 "가격 인상은 쉽게 세수를 늘리려는 방법일 뿐이고 흡연자 처지에서는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나쁜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금연 정책의 목표와 시행방법이 서로 어긋난다"며 이번 인상안의 금연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흡연을 억제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올린 담뱃값은 고작 2천원이다. 이 때문에 흡연자들은 금연을 유도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납득하지 못한 채 '숨은 목적을 밝히라'고 반발한다"며 "목적에 충실하려 했다면 5천원이나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대다수 흡연자가 스트레스를 풀 길 없어 담배에 기대는 저소득층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이들에게 담배 이외의 스트레스 해소책을 찾도록 유도하거나 금연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담배 제조사에 대한 소송 규모를 키우는 등 금연 유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보호 정책을 펼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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