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학진흥원 '진성 이씨 은졸재고택' 관련 자료집에 포함된 '근사록'

퇴계·정조에 얽힌 고사 있다고?

국학진흥원이 최근 펴낸 16번째 국학자료목록집인 안동군 도산면 의촌리 '진성 이씨 은졸재고택' 관련 자료집은 한 질의 책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려시대인 1370년 간행된 '근사록'이 주인공이다.

진성 이씨는 조선의 성리학을 완성시킨 퇴계 이황을 배출한 가문으로 은졸재(隱拙齋) 고택은 진성(眞城) 이씨 의인(宜仁)파에 속한다. 은졸재는 퇴계 이황의 6세손인 이수홍(李守弘)의 호다. 의인파는 퇴계 이황의 둘째 손자인 이순도(李純道)의 후손들이 도산서원의 건너편 마을인 의인마을을 중심으로 번성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책이 은졸재 고택에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국학진흥원에 기탁한 고서 190종 495책, 고문서 1천814점, 서화류 12점, 기타 7점 등 2천328점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 가운데 포함돼 있던 것이다.

'근사록'(近思錄)은 원래 중국 송(宋)나라 주희(朱熹) 등이 편찬한 성리학 해설서다. 그런데 이 책은 고려 말기인 1370년 진주에서 간행된 책이다. 1370년본은 현재 3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간행 시기가 분명한데다 희소성이 있고 또 보관상태가 좋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그보다는 퇴계 이황이 33세 때인 1533년에 퇴계의 첫 번째 장인인 허찬(許瓚)으로부터 직접 받아 오랫동안 손때를 묻혀가며 공부하고 둘째 손자인 순도에게 물려준 책으로, 그게 온전한 형태로 집안에서 보관돼 내려왔다는 유래를 갖고 있다는 데 있다. 1527년 퇴계는 첫째 부인을 잃었다. 그로부터 6년 뒤에 장인을 찾아 문안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서 이 책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정조(正祖) 임금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어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 정조 임금이 동궁(東宮)에 있을 때 퇴계를 그리며 도산(陶山)의 오래된 자취를 구하라는 명을 받고는 퇴계의 손때가 묻은 책이라고 해서 진어(進御)된 것이다. 정조 임금은 이를 직접 열람까지 하며 귀한 책이라고 언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국학진흥원 측은 퇴계 이황과 정조 임금과 얽힌 고사로 볼 때 이 책의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할 것이라 판단하고 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 2001년부터 한국국학진흥원이 벌이고 있는 국학자료위탁관리 사업이 방치되거나 유실 위기에 처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고서의 관리와 보존, 그리고 연구 등에 활로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에서 유교적 전통과 문화유산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특히 그 존재와 활동에서 모범적인 사례를 남기고 있다. 국학진흥원의 이 사업은 2001년부터 시행돼 지금까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여러 문중에서 약 40만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수탁 관리하고 있다. 보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해제와 학술적인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관 기자 dkdk@msnet.co.kr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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