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9월의 중순이니 우포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왔습니다.
낮에는 아직도 햇빛 더위가 극성이지만 아침과 저녁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쌀쌀한 가을 날씨를 만납니다. 저녁과 아침의 온도차이가 크니 우포늪의 새벽에는 물안개가 생깁니다. 우포의 새벽물안개가 당신을 맞이하는 우포늪생명길을 걸으면 평소의 우포늪과는 너무나 다른 경험을 하실 것입니다.
우포늪의 새벽물안개는 생태해설사, 환경감시원 그리고 프로 사진작가 등을 대상으로 한 우포늪10경 조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1경으로 뽑힌 풍경입니다.
우포늪은 사계절이 다르듯, 새벽, 아침, 점심, 늦은 오후, 해질녁, 그리고 밤까지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많은 우포의 풍경 중에서도 새벽 물안개가 너무 아름답고 인상적이라 "우포늪의 새벽 물안개를 보지 않고서는 우포늪에 왔다고 말하지 마시라" 고 저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멋진 가을 풍경을 기다려온 당신이 실망하지 않도록 우포늪은 다른 모습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을밤에 우포늪을 찾아오면 "우아 저기 반딧불이다!" 라고 감탄을 연발하게 만드는 선물인 반딧불이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반딧불이는 우포늪 가을을 대표하는 주인공 중 하나랍니다.
어린 시절 당신이 보아온 반딧불이를 가을밤에 우포늪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들을 보아서 즐겁고, 그들이 있음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또한 반딧불이들이 산다는 사실을 전해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반딧불이는 일반적으로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로 나뉘어집니다. 부산의 이기대 반딧불이축제, 전북 무주군의 반딧불이축제의 주인공들은 애반딧불이입니다. 계곡 등에 사는 다슬기를 먹고 살아갑니다. 이에 비해 우포늪의 반딧불이는 논우렁이(논고디)를 먹고 사는 곤충으로 주로 9월의 밤에 불빛을 내며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며칠 전인 추석날, 대합면 주매리에서 반딧불이를 보았습니다. 다음날 "우포늪에 9월에 오시면 반딧불이가 있을 거예요" 라고 전한 말을 잊지 않고 대구 사시는 2가족이 밤에 반딧불이를 보러 왔습니다. 우포늪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7시 30분이었고 근래 보기 드문 가장 큰 보름달이 있었지만 구름에 가려 주위가 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어두운 밤이지만 불빛을 내며 움직이는 반딧불이를 식별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더 잘된 일이었죠.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것은 애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 반딧불이를 보고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반딧불이를 바로 앞에서 본 어른들은 더 좋아했습니다. 추억의 곤충인 반딧불이가 있어 너무도 즐겁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다음날 ,혼자 보기 아까워 우포의 잘 보전된 자연도 알리고자 대구, 부산, 그리고 서울의 아는 분께도 말씀드리니 한 분은 "언제 반딧불이가 제일 많은지 알려 달라"고 합니다. 반딧불이 덕분에 평소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보게 해주는 고마운 생물 입니다.
이 가을 우포늪의 다양한 주인들을 만나시러 오시기 바랍니다. 9월엔 새벽물안개와 반딧불이가, 10월 하순 경엔 시베리아에서 철새들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쇠오리 300여 마리는 이미 와있답니다.
우포에서 우리 인간은 손님입니다. 물에서 생물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셨죠? 진화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인간이 작은 물고기에서 수 십억년 동안의 많은 진화를 거쳐 탄생한 생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수많은 생물들은 자연의 선배님들이죠. 엉뚱하지만 주위에 보이는 나무와 풀들인 선배님들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반딧불이를 보실 때는
조용히 해주세요. 평화로운 마음으로 봅시다.
풀이 난 곳은 들어가지는 마세요. 안으로 가면 빠질 염려도 있고 위험해요.
잡으려고 하지마세요.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요
안내자 말에 따라주세요. 같이 온 분들과는 나중에 이야기해도 되겠죠?
노 용호(우포늪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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