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한 재무설계] 결혼 2년차 내집 마련 계획

매월 200만원 적립식펀드 저축…5년 후 1억 이하 대출로 집 장만

결혼 2년 차인 김동수(가명'34) 씨는 빨리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고픈 꿈을 꾸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구지역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라 불안하다. 이러다가 영영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까지 설치고 있다. 대출이자가 조금 버겁기는 하지만 좀 무리를 하더라도 지금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지 고민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 아파트 가격 계속 오를까

과거 '재테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이었다.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대출을 받더라도 아파트를 사는 게 유리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저성장'저금리 국면에 접어들었고, 주택보급률도 높아지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일본처럼 폭락할 것이라는 아파트 버블 붕괴론도 등장했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더 이상 아파트는 아니다'라는 시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고, 아파트를 구입하기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1, 2년 사이 대구지역 아파트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랐다.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LTV) 완화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완화로 인해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8월 대구와 경북의 매매 가격은 전달보다 각각 0.4%와 0.2% 상승했다. 이런 상승세가 앞으로 계속될까. 이미 많이 오른 아파트 가격과 대구지역의 주택보급률, 그리고 인구 고령화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상승 사이클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아파트를 사야 할까

최근 대구지역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김 씨 부부의 불안감도 커졌다. 몇 년 전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 분양을 받을 생각도 있었지만, 이제 아파트 가격의 대세 상승은 지났다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 포기를 했다. 소위 전문가들도 그렇게 주장을 했다. 물론 대출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때 과감하게 아파트를 샀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완화를 보면서 만약 지금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으면 이제 영영 내 집 마련의 꿈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상당하다.

그러나 무리한 빚을 내면서까지 아파트 장만에 나서는 것은 신중하게 판단할 일이다. 이미 대구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 여기서 더 큰 폭의 상승세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고, 특히 대구지역의 경우 벌써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이 대출금리를 월등하게 넘어설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상당한 저금리이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도 인상될 수 있다. 수성구에 85㎡(34평형)의 아파트를 구입할 계획인 김 씨가 예상하는 아파트 가격은 3억5천만원, 준비자금은 1억8천만원(전세보증금 1억5천만원, 예금 3천만 원).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거의 2억원 가까이 대출을 받아야 한다. 20년 분할상환을 하더라도 매월 110만원 이상이 주거비용으로 지출되는 셈이다. 특히, 향후 경기회복에 따라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김 씨의 경우 종잣돈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는 5년 후로 아파트 장만을 미루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매월 200만원 정도를 저축할 수 있기 때문에 5년 후에는 1억원 이하의 부채만으로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

◆투자자 자신의 경험과 자기 과신

김 씨의 재무목표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 마련이 제일 우선이다. 매달 200만원의 저축 여력이 있는 김 씨에게 적립식펀드를 추천했다. 그러나 김 씨에겐 뼈아픈 경험이 있어 처음엔 망설였다. 결혼 전 펀드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이다.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금융상품을 알아보던 중 적립식펀드가 좋다는 말에 저축금액 몽땅을 적립식펀드에 넣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보았다. 거의 반 토막이 되면서 겁이 나 2009년 조금 회복되었을 때 상당한 손실을 입고 환매를 단행했다.

이때 마음고생을 꽤 했다. 이제 펀드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는 김 씨. 대개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들은 성공한 경험 또는 실패한 경험을 과도하게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은 앞으로는 그 어떤 투자도 피하고 싶은 심리를 가진다. 그러나 자산관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은행 예금만으로 돈을 굴릴 수가 없다. 투자를 하지 않고선 재테크도 포기해야 한다. 다만, 무작정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이해하고 시작해야 한다.

◆자산관리를 할 때 리스크의 중요성 이해해야

김 씨는 투자를 한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투자를 하면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 잘못됐다. 수익에 현혹되어 위험을 잘 따져보지 않고 투자를 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미국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시장 변동의 진정한 리스크는 재무적인 리스크라기보다 심리적인 리스크다"라고 했다. 이 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 심리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공포감에 빠지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적절한 현금 흐름을 비상예비자금으로 확보해 놓아야 한다. 김 씨에게 비상예비자금으로 1천만원을 정기예금에, 나머지 2천만원은 주식형펀드로 굴릴 것을 권한다. 그리고 매월 저축하는 200만원은 5년 동안 적립식펀드로 저축했다가 5년 후 내 집 마련을 위해 사용하면 되겠다.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리스크 관리방법은 장기투자와 포트폴리오의 분산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심리적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자료=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정리=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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