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어느 빌딩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 건물의 관리인은 불친절하기로 악명이 높다. 경기가 워낙 나쁜데다 서비스가 불편하다 보니 계약기간이 끝난 임차인들이 너도나도 떠나 빈 사무실이 늘어난다. 임대 수요가 줄면 임대료'관리비를 낮춰야 하지만, 오히려 관리비는 거꾸로 매년 오른다. 건물 전체의 관리를 위한 인건비'경상비 충당을 위해서다. 이 빌딩 관리인들은 자구노력 대신 임대료'관리비 인상이라는 손쉬운 길을 택한다. 결국 남아있는 세입자들만 봉이 된다. 공실(空室)은 더 늘어나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와 유사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4대강 사업 등 정책사업 실패, 선심성 공약에 따른 '예산 폭탄', 공기업 부채, 복지 수요 등으로 재정 수요는 늘어만 가는데 경제가 하도 안 좋다 보니까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다. 결국은 쥐어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정부는 만만한 국민들에게 고지서를 들이민다. 굵직굵직한 선거가 끝나고 다음 선거(총선)까지는 2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작심하고 세금 쥐어짜기에 들어간 듯하다.
정부가 이런저런 명목으로 증세를 예고하며 국회에 제출한 계획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2, 3년 내에 주민세가 최고 200%, 영업용 자동차세가 100% 오른다. 현행 23% 수준인 지방세 감면율도 국세 수준인 14.3%로 떨어뜨리겠다고 한다. 세금은 더 거두고 감면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경제 정의에 따르면 수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했다. 버는 게 신통치 않으면 당연히 세금도 덜 내야 한다. 그러나 세상은 거꾸로 돌아간다. 세금 착취에 정의란 원래부터 없는 것인가. 경제가 나빠져 세금 낼 여력이 떨어질수록 관료는 세금을 더 거두려 한다. 가깝게는 지난해 파산한 미국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증액된 세금고지서만 착착 쌓인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극심한 가뭄으로 민생이 도탄에 빠졌을 때일수록 가렴주구(苛斂誅求'가혹한 세금 걷기)는 더 기승을 부렸다. 그래서 공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라고 했다.
앞에서 언급한 빌딩 관리인들과 마찬가지로 정부는 뼈아픈 구조조정과 지출 감축 대신 국민 주머니 터는 길을 택하고 있다. 담뱃값도 내년부터 2천원 올리겠다고 한다. 국민의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란다. 고양이가 쥐 생각해 주는 격이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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