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디자인, 빅데이터를 입어라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은 누구나 자발적으로 또는 자동적으로 데이터를 생산하고 접하는 빅데이터 시대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빅 데이터를 '21세기의 원유'라고도 한다. 하지만, 지난 7월 14일 대한상공회의소의 국내 기업 대상 빅데이터 활용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기업의 82%가 아직 빅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의지조차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공공 부문에서 개방되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민간이 활용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빅데이터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나타나는 '하나의 사회현상' 또는 '산발적으로 출현하는 기술의 하나' 그저 '많은 양의 정보' 등으로 보아넘기는 기업들의 태도가 더 큰 원인이다.

스마트폰은 소비자의 정보환경과 활용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는 3천934만 명이다.(2014년 7월 기준) 2011년 12월 2천257만 명에 비하면 3년도 채 안 돼 1천677만 명가량이 증가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가장 크게 바뀐 것이 데이터의 양이다. 1인당 470메가바이트(MB)를 사용하던 2012년 1월에 비해 2014년 7월에는 1인당 1천913메가바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영화 등의 대용량 데이터의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데이터를 검색하고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만들어졌고 이를 소비자들이 누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보고, 듣고, 생각하고 또다시 만들어 내고 있는 지금의 소비자들 앞에서 정작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에 대응할 준비조차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이다.

'21세기의 원유'인 이 빅데이터를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디자인이다. 일반적인 디자인에는 '창의성'이 강조되지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에서는 창의성보다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눈에 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하고, 사용하도록 하고, 기억에 남도록 하는 것이 디자인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디자인은 소비자의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분야이기 때문에 빅데이터의 활용이 더욱 절실하다.

빅데이터의 매력은 소비자가 체감하기 전에 그들의 욕구를 먼저 알아내는 데 있다. 소비자가 필요를 인지하기 이전에 데이터가 그 사실을 먼저 알려준다. 이것이 빅데이터의 유용성이다. 이를 디자인에 적용하게 되면 '지속성' 의 숙제는 쉽게 해결된다. 문제는 빅데이터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빅데이터는 대용량 데이터와는 다르다. 기존의 데이터 분석처럼 무조건 분석하려 들면 원하는 결과는커녕, 빅데이터의 유용성에 대해 알 수조차 없다.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규모'(volume), 다양한 '형태'(variety), 빠른 생성 '속도'(velocity), 그리고 '가치'(value) 등으로 정의된다. 단순히 숫자와 텍스트의 모음이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도 남기는 '디지털 풋프린트'(Digital Footprint'족적)다. 산재되어 있는 여러 모양의 블록을 생각하면 쉽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를 정하면 그에 필요한 블록을 찾아내 활용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사용할 블록들의 연관성이다. 빅데이터 활용에서는 그러한 연관성을 통찰해 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단순한 데이터들에서 일관된 한 줄기의 현상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빅데이터 안에 혼재되어 있는 가치를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하루 중, 내가 가장 솔직할 때가 언제였는가 생각해 보라. 바로 검색창을 열었을 때가 아닐까? 궁금한 정보를 찾기 위해 물어보고 찾아가는 과정이 남긴 발자국은 소비자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다. 여기에서 소비자의 욕망과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단순한 검색과정 하나에도 수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지는데,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온라인 상태인 소비자들이 남기는 다양한 발자국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제 그들의 마음을 읽어보자. 디자인의 본질은 '사람'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정교하게 담고 있는 것이 빅데이터이다. 빅데이터 시대를 사는 오늘의 디자인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를 보는 안목, 즉 '통찰'이다.

박은경/한국애드·(주)스토리파크 대표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