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안동의 애증 '물'

안동지역 주민들과 물은 '애증(愛憎)의 관계'이다. 안동'임하댐은 안동 사람들에게 고향을 수몰시켰던 미움의 대상, '애물단지'였다.

안동'임하댐이 생기면서 안동지역은 짙은 안개의 도시,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한 노인성 질환자들의 급증, 각종 개발제한에 꽁꽁 묶여 땅조차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것'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미움의 대상이었던 두 댐은 안동 사람들에게 조금씩 희망을 가져다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낙동강과 반변천 주변을 개발하고 안동'임하호를 활용한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생겨나면서 '보물단지'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고 규모의 수상레포츠 시설이 들어서고 호수를 따라 산책길이 만들어지는 등 관광지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주민들도 이런 영향을 받아, 그동안의 묵은 감정을 뒤로하고 꿈에 부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 정서를 단번에 얼어붙게 한 일이 생겼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청송 성덕댐을 건설하면서 영천 도수로로 물을 뽑는 취수시설을 안동 길안면 대사리 길안천 한밤보로 변경 고시한 것. 청송이 아닌 안동에서 취수하려는 것은 성덕댐 계획 초기 청송군의 요구 때문이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06년 성덕댐 건설을 진행하면서 이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지난 2012년 9월 이 변경된 내용을 슬그머니 공시해 안동시민의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게다가 안동~임하호 연결도수로 공사를 하면서 생태계 교란 등의 이유로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과의 타협을 위해 공사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가 최근 공기 핑계를 대며 주민의 반발을 무시한 채 슬그머니 공사를 재개하려 하고 있다.

주민들과 지역사회에서 또다시 물에 대한 예전의 미움이 싹트기 시작했다. 안동시와 수자원공사는 상생을 말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국책사업이라는 빌미로 주민 피해를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안동 전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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