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특별법(이하 성특법)이 2004년 시행되면서 과거 개인의 윤리적 타락으로 치부됐던 성매매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전환을 이뤘다. 또한 '윤락녀'라고 손가락질 받던 여성들은 성매매의 강제성을 입증하면 법적 보호도 받게 됐다. 하지만 법망을 피하기 위한 신'변종 성매매가 늘어나면서 실효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통한 은밀한 영업
대구 중구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A(24) 씨는 빠듯한 가정형편 탓에 대학을 휴학한 채 올해 초부터 키스방에서 일하고 있다. A씨가 출근하는 업소와 가까운 곳에는 아파트 단지와 여중'여고가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하지만 이 업소가 성매매하는 곳인지는 아는 사람만 알 정도로 은밀하다. 외관만 보면 몇 개월째 임대가 되지 않는 곳인 양 간판도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정확한 수입은 비밀이지만 손님이 많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번다"며 "이곳을 찾는 남성들은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점심때 전후로 예약이 가장 많다"고 했다. A씨가 나가는 키스방을 비롯해 주택가에 침투한 대부분의 성매매 업소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손님만 받는다.
성특법 이후 새롭게 등장하고 다양한 형태로 퍼진 유사 성행위 및 성매매 업소 단속에 경찰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가 성매매 알선의 온상이라 여겨 사이트 운영자를 조사하려 해도 대부분 국외 인터넷사이트여서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인터넷사이트 접속을 차단해도 이용자들에게 SNS를 통해 또 다른 사이트 주소를 공지해 인터넷사이트를 통한 성매매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이들 업소가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고자 CCTV 등으로 출입을 관리할 뿐 아니라 의심스런 손님은 받지 않는 등 치밀하게 영업을 이어가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 업소에 대한 경찰의 단속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성특법에 따른 입건자 수가 ▷2012년 253명(84건) ▷2013년 285명(108건) ▷올해는 지난달 31일까지 543명(287건)이다. 잡아도 또 생기는 등 이들 업소를 뿌리 뽑기가 쉽지 않다.
이에 경찰과 관련 전문가들은 현행법상의 허점과 성특법의 약한 처벌이 성매매 업소의 가지치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변종 업소 대부분이 마사지, 휴게텔, 이발소 등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 자체 신고나 허가를 받지 않는 자유업종으로 등록돼 전통적인 성매매집결지에 비해 단속이 어렵다. 또한 현장에서 성매매행위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증거 찾기도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솜방망이 처벌
성특법이 현실과 맞지 않아 구속할 수 없는 사례도 있고 처벌도 벌금형과 봉사활동에 그쳐 업주들에게 경각심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법에는 폭행이나 감금, 협박 등 강제로 성매매하게 하였을 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물리력을 행사해 성매매를 강요하는 경우가 없어 업주들이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설령 적발이 되더라도 벌금을 내고 상호를 변경하면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다. 특히 오피스텔이나 원룸 성매매 업소는 업주가 월세를 내고 거주자로 위장하기 때문에 단속이 돼도 벌금만 내고 다른 건물로 옮겨가 영업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성특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치 풍선처럼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듯 새로운 형태로 성매매 업소들이 옮겨가고 있다. 2009년 당시 손숙미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경찰 자료를 근거로 "전통적 성매매 수단인 집결지의 업소 수와 종업원은 줄어들고 있지만, 오히려 성매매검거 건수와 인원은 늘고 있다"며 "이는 성매매 규제법을 교묘히 피하는 풍선효과를 방증하는 결과이다"고 했다.
하지만 성특법이 신'변종 업소들을 늘린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며 특별법 시행 이전에도 성매매가 있었고, 법과 상관없이 신'변종 업소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성매매 문제가 극심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란 반론도 있다. 정재원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특별법 때문에 신'변종업소가 생겼다며 '풍선효과'를 말하는 건 성매매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성매매가 가진 성 착취라는 문제를 교묘하게 다른 쪽으로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학자 정희진(서강대 여성학 강사) 씨는 "풍선효과는 '성매매는 부피가 변하지 않는 풍선이다'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법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성매매라는 풍선의 바람을 빼서 줄어야 한다. 줄지 않는다면 정책이나 정책 실천 의지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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