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의 성화 주자로 뛰게 돼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습니다. 또 참가 선수 모두가 좋은 결과를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6만2천여 석의 좌석이 가득 찬 가운데 19일 성화 점화 이벤트의 첫 주자로 프로야구 '국민타자' 이승엽이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 들어서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한 시즌 최다 홈런(2003년 56개)을 포함, 한국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홈런(388개)을 이어가는 '레전드'에 대한 스포츠팬들의 뜨거운 환영이었다.
이승엽은 개인적으로는 12년 전인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물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우승 멤버였다. 이 때문에 얻은 별명이 '합법적 병역 브로커'다. 자신은 부상 때문에 일찌감치 군 면제를 받았지만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병역 미필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자연스레 해결해준 덕분이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한 이승엽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4년 뒤 부산 대회에서는 6경기에서 타율 0.423에 5득점 5타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우승에 앞장섰다. 2006년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는 일본에서 뛰고 있어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선수 대신 방송사 야구 해설위원으로 나서는 이승엽은 전화 통화에서 "참가하는 대한민국 모든 선수들이 부상 없이 그동안 땀 흘려 쌓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면 좋겠다"며 격려했다.
성화 최종주자가 배우 이영애라는 사실이 대회 조직위원회의 실수로 사전에 알려지면서 이날 개회식은 김이 빠졌다. 스포츠 잔치에서 성화 점화의 마지막 주자가 스포츠 스타가 아니었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팬들은 잠시나마 옛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프로골퍼 박인비가 이승엽으로부터 성화 바통을 넘겨받은 뒤에는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전설' 이규혁, 한국 여자농구의 전성기를 이끈 박찬숙,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16강 고지를 밟은 이형택이 차례로 나섰다. 성화 점화에 앞서서는 마라토너 이봉주, 프로골퍼 박세리, 서울올림픽 육상 3관왕 임춘애, 산악인 엄홍길 등이 태극기를 들고 무대를 돌았다. 또 대회기 기수단으로는 1984년 LA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역도 여제' 장미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체조 뜀틀 우승자 여홍철, 핸드볼 영웅 윤경신, 배드민턴 '황제' 박주봉 등이 참여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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