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반감기/ 새뮤얼 아브스만 지음/ 이창희 옮김/ 책읽는 수요일 펴냄
지식의 탄생'확산'전이'소멸을 탐사한 책이다. 지식에도 수명이 있고, 흥망성쇠의 역사가 있다.
'만약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 몇 년 후 무용지물이 된다면?' 지식도 방사성 동위원소처럼 반감기를 갖고 사라진다. 각 분야 전문가들조차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지식이 팽창하는 시대에 불확실하고, 오류가 있는, '쓸모없는' 지식들은 퇴출 수순을 밟는다.
저자는 지식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식의 반감기'라고 설명한다. 물리학은 13.07년, 경제학은 9.38년, 수학은 9.17년, 심리학은 7.15년, 역사학은 7.13년, 종교학은 8.76년 등으로 측정됐다. 어떤 분야는 반감기가 아주 짧고, 또 어떤 분야는 안정적이다.
그런데 지식이 틀렸다고 밝혀진 후에도 사람들은 낡은 지식에 매달린다. 저자는 이런 경향을 '지식의 관성'이라고 설명한다. 저널리스트 캐서린 슐츠는 "사람들은 '틀리지 않음'에 집착한다. 사회가 정답을 강요하는 수준이 높을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가 옳은 선택임을 증명하기 위해 애쓴다. 결국 낡고 잘못된 사실을, 최신의 정확한 사실로 고수한다"고 분석한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은 마음속에 들어 있는 이런저런 편향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포용하며, 심지어는 과거에 결함이라고 인식된 것들로부터 진화적 이익을 찾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사실 사람들은 알고 있던 지식이 변하면 통제력을 잃는다. 마치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주인공이 방황하고 일탈하는 것처럼. 또 명왕성이 더 이상 태양계 행성이 아니라는 과학계의 발표에 우리는 살짝이나마 놀랐고, 혼란스러웠고, 아쉬워했지 않는가.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지식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저자는 지식의 관성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식의 시대에 대처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지식 그 자체보다는 지식에 관한 지식이 더 중요한 시대라는 것. 그래서 지식을 '얼마나 아느냐'보다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갱신(업데이트)하느냐'가 중요하다. 세계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인간의 불완전함을 보완하는 처세술이 아닐까.
저자는 하버드대학 정량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자신을 복잡계 물리학자, 네트워크 과학자, 응용수학자로 소개한다. 미국 신문 '보스턴글로브'에 '경고: 여러분은 낡은 현실에서 살고 있다! 메소팩트를 소개하며'라는 칼럼을 게재하며 일약 스타 학자로 떠올랐다. 338쪽, 1만6천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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