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동과의 평화를 위한 폭격' 서방의 말은 진실일까

38년간 아랍권 누빈 전문기자, 탈서구 시각서 중동문제 거론

전사의 시대/ 로버트 피스크 지음/ 최재훈 옮김/ 경계 펴냄

중동 문제를 서방의 시각이 아니라 다소간 '중동의 시각'에서 바라본 칼럼집이 출간됐다. 중동 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가 9'11 사태 이후 미국과 영국이 중동을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후 10년 동안 쓴 115개의 칼럼으로 중동 사람들이 겪어온 전쟁의 비극과 고통, 서구의 거짓말과 위선, 그로 인해 발생한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 로버트 피스크는 1946년 잉글랜드에서 출생했으며,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 '타임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등에서 45년 동안 근무했다. 그중 38년을 북아일랜드 분쟁, 레바논 내전, 이란 혁명, 아프간 대소련 항쟁, 이란-이라크 전쟁, 1차 걸프전쟁, 발칸 전쟁, 미영 연합군의 아프간과 이라크 침공, 그리고 최근의 아랍 민주화 항쟁과 시리아 내전까지 현장을 지키며 취재하고, 칼럼을 써왔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지은이가 1997년 7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영국의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칼럼이다. 지은이는 이른바 '서방 언론인'이지만 서방 정부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지은이는 "분노란 흉악한 존재다. 기자는 이 악몽 같은 짐승을 피해 '객관적인 눈'으로 사건을 관찰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편견'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혹은 인식)은 개인적인 감정까지 거세해 버리는 결과를 낳았으며, 진실을 회피하는 구실로 작용했다. 나는 오늘날 우리 서구 언론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책은 '적에 대해서 테러리스트, 악의 축, 테러, 폭군이라고 명명하는 것, 더불어 우리 편에 대해 안보상의 필요, 테러와의 전쟁, 실력자라는 식의 표현은 중동의 전쟁을 선과 악의 전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정의는 중동 사람들이 요구하는 정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공습이 있기 전에 미국 대통령은 언제나 미래의 희생자들에게 자신이 그들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확인시켜준다. 로널드 레이건은 리비아 국민들에게 미국이 그들을 친구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리고 트리폴리와 벵가지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조지 H. W. 부시는 문명의 발상지로서 이라크 역사와 평범한 이라크 시민들을 향한 미국의 우정에 대해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고는 이라크 전역의 도시를 폭격했다. 빌 클린턴이 이슬람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중 하나라고 칭송하는 동안 홍해와 아라비아 만에서는 미 군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바다 위를 날아다녔다.'

-1998년 8월 22일 인디펜던트 기고-중에서

칼럼에서 보듯 이 책은 전체적으로 지은이가 중동을 배경으로 서구 국가와 서구 언론이 만든 거짓과 공포에 대한 저항과 경고를 담고 있다. 서구 국가는 '분쟁이 아니라 평화, 정의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분쟁과 갈등을 야기하고, 크루즈 미사일을 날려댄다는 것이다.

'현대 중동 문제'에 대해 칼럼을 쓰면서 지은이 개인의 문학적 철학적 지식(서양문학과 철학)을 한껏 동원하고 있기에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564쪽, 2만8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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