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첫 영어전문 공공도서관 운영 푸른초장교회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예배당 지을 때 약속 지켰죠"

임종구 푸른초장교회 담임목사
임종구 푸른초장교회 담임목사
대구 최초 영어전문 공공도서관
대구 최초 영어전문 공공도서관

대구에서 성주로 가기 위해서 건너야 하는 강창교 바로 옆, 굽이치는 금호강을 바라보며 서 있는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1996년 설립된 푸른초장교회(담임목사 임종구)다. 푸른초장교회는 대구 최초로 영어전문 공공도서관을 개관하는 등 모범적으로 지역 사회를 섬기며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푸른초장교회는 이름처럼 푸른 강변에서 푸른 지역 사회를 가꾸어 나가고 있다.

◆다가서서 안아주는 교회

1996년 임종구 담임목사(당시 전도사)의 신혼 단칸방에서 출발했다. 당시 교인은 고등학생 2명이 전부였다. 2008년 지금의 자리에 교회 건물을 마련했다. 푸른초장교회는 '다가서서 안아주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교회가 이웃과 동떨어진 외로운 섬이 되어서는 안 되며 교회의 존재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는 임 목사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18년 교회 역사 중에서 12년을 떠돌았지만 지역민을 섬기는 일은 늘 최우선 과제였다. 교회 건물이 없어 낭인 생활을 할 때에도 주민들을 위해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등 지역 사업을 꾸준히 펼쳤다.

선교에도 열심이다. 현재 국내 개척교회 12곳과 해외단독파송 2가정, 해외협력파송 3가정을 돕고 있다. 특히 2006년 안동지역 복음화를 위해 안동제자교회를 개척했다. 본 교회가 자리 잡기 2년 전의 일이다.

◆대구 최초 영어전문 공공도서관 개관

2008년 예배당을 지으면서 함께 도서관을 지어 지역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대구 최초 영어전문 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은 교회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교회 건물(5층)을 설계할 당시부터 2층을 종교시설이 아니라 도서관 용도로 허가를 받았다. 도서관은 2009년 공공도서관으로 인가를 받으면서 공공의 자산이 됐다.

영어전문 도서관으로 특화하게 된 배경에는 임종구 담임목사의 소신이 깔려 있다. 임 목사는 "일반 도서관을 지을 때 기존의 대형 도서관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전문 도서관을 열기로 했다. 영어전문 도서관을 설립하기 위해 부산교육청이 국내 최초로 개관한 영어도서관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에서 책을 기증받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2008년부터 4년 동안 덴버 등 미국 8개 도시에서 지역 사회와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행사를 열어 10만 권의 영어책을 모았다. 책은 컨테이너 박스에 실려 미국에서 부산항을 통해 들어왔다.

600㎡(180평)의 영어전문 도서관에는 3만 권에 이르는 각종 영어책이 분야별로 꽂혀 있다. 열람실 한쪽에 국내 도서 3만5천 권도 함께 비치해 누구나 편안하게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도서관 규모에 비해 보유 장서가 너무 많아 영어책 7만 권은 창고 등에 쌓아두고 있다. 임 목사는 "어렵게 모은 영어책을 다 활용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교회가 도서관을 신'증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영어전문 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이라는 점에서 공공기관이 적절한 해법을 찾아 주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입소문

도서관 소장 영어 도서는 모두 미국 현지에서 사용하는 책이다. 국내에 있는 영어도서관이 국내 개발 영어 교재를 많이 비치하고 있는 점과도 대조된다. 책의 가치는 영어권 원어민들과 영어권에서 유학했던 사람들이 잘 알아본다. 덕분에 영어를 사용하는 원어민들과 외국에서 유학한 사람들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와 지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토요영어스쿨을 열고 있다. 계명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여름방학 때는 영어캠프도 갖는다. 영어캠프에서는 미국 덴버에 있는 대학생들이 방한해 아이들을 지도한다. 지역 교회가 앞장서서 지역 대학 등과 함께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사회사업

지역사회의 소통을 위한 활동도 다양하다. 매년 봄 지역 사회를 섬기는 40일 캠페인을 벌인다. 노인정봉사팀, 금호강청소팀, 거리청소팀, 궁산자연보호팀, 환경미화원위로팀 등 10개 팀이 40일간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다. 착한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교회 5층에 자리 잡은 카페 '해븐'은 지역 주민들이 사랑하는 푸른초장교회의 또 다른 명물이다. 금호강이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전망이 일품이다. 차를 마시며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학생들도 많이 찾는다. 특히 궁산(교회 뒷산)을 배경으로 한 노천카페에서는 봄, 가을 꽃축제가 열린다. 수입은 불우아동 급식비와 장학금 등으로 사용된다.

또 교회 설립 20주년이 되는 2016년 제주도에 개척교회를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5년째 벌이는 봉사활동이 그 배경이다. 임종구 담임목사는 "100번의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 말로만 외치는 교회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다가가서 실천하는 교회를 되어야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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