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대구기독교박물관 건립

올해는 한국기독교 선교 130주년이며, 대구기독교 선교 121주년이 되는 해다. 1893년 미국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가 대구에서 기독교 복음을 전파하며 시작된 대구기독교는 한때 남한의 예루살렘이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발전했다. 하지만 대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대구기독교의 발전상을 제대로 소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쉬운 대로 대구골목투어 제2길을 중심으로 유적지 몇 곳을 돌며 간단한 설명으로 대신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구동성으로 대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며 놀라워한다. 그때마다 부끄러운 것은 수많은 예배당이 즐비한 대도시에 자기 종교의 역사적 정체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독립된 박물관이 없다는 점이다.

차제에 기독교박물관 건립을 제안하고 싶다. 물론 박물관이 건물만 있다고 가능한 일은 아니다. 국내 최초의 기독교박물관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은 국학자인 김양선 목사의 필생의 업적과 함께 북한에 있던 유물들을 남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부인과 딸이 희생되는 결과 위에 세워졌다. 대구기독교박물관 역시 많은 시간과 애정 어린 관심이 요구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대구기독교박물관은 반드시 대구제일교회 구 본당 자리에 세워져야 한다. 그곳은 대구기독교의 발상지로서 최초의 교회와 학교, 그리고 병원이 시작된 시온과 같은 성지이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이미 사적지로 지정된 기존 예배당 건물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잘 활용한다면 전국에서도 가장 훌륭한 박물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대구기독교계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를 위시한 각 단체들이 뜻을 가지고 각 교회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특히 초창기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된 유서 깊은 교회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앞장서야 한다. 또 지역 기독교계와 행정기관과의 유기적인 연계도 필수적이다. 대구기독교의 역사와 특성을 살려내는 세부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관계자들 사이에 충분한 의견교환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기독교는 외적이며 양적인 성장에 몰두하다 보니 정작 자기의 역사 정립에는 소홀했다. 그러는 사이 소중한 유무형의 기독교 유산들은 멸실되어 가고 있다. 그나마 존재하는 사료들 역시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지금이라도 이것들을 한곳에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

대구는 다른 도시보다 초창기 기독교 유적들이 비교적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게다가 대구골목투어 사업의 성공으로 한 해 수만 명의 사람들이 대구를 찾고 있다. 이들에게 대구의 참모습을 보여주며, 한국기독교 안에 대구기독교의 역사적인 의미를 제대로 심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겠는가. 하루속히 대구기독교박물관이 건립되기를 기대하며 기독교계의 분발을 촉구한다.

박창식 달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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