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 아파" 자주 칭얼칭얼 '기능성 위장 장애'아이-처방전은 햇볕·잠 푹자기

2개월 이상 복통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어린이의 만성 복통은 원인이 다양하다. 우선 위장 장기의 질환인지 위장 기능의 이상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 만성 복통의 원인은 대부분 특정 질환이 아닌 기능성 위장 장애다. 기능성 위장 장애에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나 기능성 복통, 복성 편두통, 과민성 장 증후군, 기능성 변비 등이 포함된다. 이는 불규칙한 식사나 수면 부족, 운동 부족, 햇빛 부족 등과 관련이 깊다.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과민성 장 증후군이 함께 오거나 여러 가지 기능장애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기능성 위장 장애는 대부분 생활 습관 교정이 중요하다. 만약 위장약만 복용하게 되면 약을 먹을 때만 증상이 완화될 뿐 약을 중단하면 다시 복통이 재발하기 때문에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꾀병이 부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프기 때문에 가정과 사회의 배려가 필요하다.

특별한 질환이 없고 기능성 위장장애로 치료를 하는데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면 가정이나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복통은 식도나 위, 소장, 대장뿐만 아니라 간, 담도, 췌장, 콩팥 등의 부위에 문제가 있어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특히 체중감소나 성장 지연, 지속적인 구토, 만성 설사, 자다가 깰 정도로 극심한 복통, 피를 토하거나 혈변을 보는 경우에는 심각한 질환일 수 있으므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화성 궤양이나 염증성 장질환을 가진 가족이 있거나 열이 나고 관절통, 입속 궤양이 동반되는 경우, 오른쪽 아랫배가 계속 아프거나 항문 주위에 질환이 있을 때도 크론병 등 위장관의 여러 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만성위염이나 위, 십이지장궤양도 가끔 발견되는데, 어린이들은 감염률이 10% 미만으로 낮다.

최근에는 위장관 알레르기로 인한 심한 만성복통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경우 식품 알레르기 검사가 필요한데 혈액검사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면 식사일기를 작성해 원인이 되는 식품을 찾아야한다.

기능성 위장 장애가 의심되거나 특별한 이상 증상이 없다면 내시경이나 CT 등의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생활습관 파악과 복부 팽만 관찰, 장 소리 청진, 복부 촉진을 통해 간 및 비장 비대나 종괴 유무, 통증 부위 등을 확인하는 기본 진찰이 더욱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부모들은 검사를 불신하거나 자녀의 꾀병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질병이 없다고 하더라도 복통은 있을 수 있다. 특히 기능성 위장장애는 규칙적이고 적절한 식사와 충분한 수면, 햇볕 아래에서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최병호 경북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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