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캐디는 중요한 동반자…성적 희롱 신세 망칠수도

문경여성회관이 개설한 골프경기 도우미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여성 교육생들.
문경여성회관이 개설한 골프경기 도우미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여성 교육생들.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야기

칠순을 훨씬 넘긴 정계 원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이야기가 골퍼들 사이에서 화제다. 그 파괴력이 어느 정도였는 지는, 40대 백전노장 캐리 웹을 상대로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대역전극을 펼쳐보이며 한국 10대 낭자 돌풍을 일으킨 김효주의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낭보도 뒤로 밀어낸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골퍼와 캐디와의 관계는 거의 모든 골퍼들에게 적용되는 민감하고도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 발등의 불이 될 수도 있는 긴급현안이었기 때문이다.

▶캐디와 잘 사귀는 것이 그날 게임의 성패를 좌우한다

캐디는 가장 중요한 동반자이자 유능한 개인 코치이며 그날 게임을 편안하고 재미있게 이끌어주는 도우미가 되는 존재이다. 이 모든 것은 관계 설정을 잘할 경우에 가능한 일이다. 첫 단추를 잘 끼운다면 그날 라운딩은 물 흐르듯이 잘 풀릴 수 있다. 그 반대라면 18홀을 무사히 마치는 것도 힘들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적인 피로도도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골프가 워낙 민감한 멘탈 게임이라는 점에서 심리 상태 역시 최악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캐디와의 관계는 그날 게임을 좌우할 수 있는 최대 관건 가운데 하나다.

그래도 캐디와의 관계 설정에 실패해서 게임을 그르치는 정도라면 봐줄 만하다. 그날그날 게임이 잘될 수도, 잘 안될 수도 있는 것이 골프이기 때문이다.

▶망신살, 당신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네 망신을 당하거나 금전적으로도 피해를 입는 경우가 골퍼들 사이에서 가끔씩 회자되고 있어 전에 없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캐디에게 말이나 행동으로 모욕감을 주는 행위 특히 성적인 요소가 너무 과해서 사회적 물의를 빚는 경우도 최근 왕왕 일어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몇몇 지역 골프장 대표로부터 들은 사례 역시 박 전 의장의 케이스와 비슷한 전개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박 전 의장의 경우에 해당하는 가슴 접촉과 같은 노골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골퍼들이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골프장 대표들이 예로 든 위험한 행동들은 ▷캐디가 운전하는 카트 옆자리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반복해서 시도하는 행위 ▷카트 운전석에 고의적으로 손을 놓아서 불쾌함을 주는 행위 ▷카트에서 운전하는 캐디의 손을 잡거나 다리를 접촉시키는 행위 ▷클럽을 주고받으며 신체 접촉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행위 등 다양했다.

▶말이 더 문제다

불과 얼마 전까지 Y담은 골퍼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 미덕쯤으로 여겨졌다. 그때는 캐디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아는 Y담을 해보라"며 권하기도 했다. 분명히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됐다. 캐디가 성적으로 불쾌감을 느꼈다면 더 큰 문제다. 신고라도 한다면 망신은 불가피하다. 이리저리 불려다니고 공개 사과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금전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할 수도 있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큰 세상이 된 것이다.

"게임의 윤활유와 같은 요소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골퍼 입장에서 윤활유일 뿐이다. 캐디에게는 갑의 횡포이고 성적인 희롱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무조건 안 하는 것이 정답이다. 입이 근질거려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게 골퍼로 롱런할 수 있는 길이다.

이동관 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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