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 유인트랩, 소나무재선충병 박멸의 계기가 되길

소나무가 없는 한국의 산과 숲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예로부터 소나무는 선비들 사이에서 절개의 상징이었으며,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꼽히며 서민들과의 삶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녀왔다. 특히 산림이 많고 귀한 소나무가 많았던 경북지역 주민들은 더욱 그렇다.

그런 소나무가 생존의 갈림길에 선 지 오래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材線蟲)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 잣나무 등에 기생해 나무를 갉아먹는 선충이다.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다가 나무에 침입하는데, 일단 감염되면 100% 말라 죽게 하는 치명적인 해충이다. 지난해에만도 150만여 그루나 걸렸으며, 올해도 경북을 비롯한 전국에서 300만 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고사할 것이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추론까지 나온 적이 있다.

건조한 날씨와 함께 솔수염하늘소의 이동이 활발해지는 데 반해 방제 활동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행기로 약품을 살포하는 방법으로 솔수염하늘소를 방제하며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야 했다. 더구나 벌채한 나무뿌리도 재선충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루터기에 정제 형태의 훈증약제를 뿌린 뒤 비닐로 덮어씌워 박멸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재선충에 감염된 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의 잠복기간 동안에는 확인이 불가능해 방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차제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유인트랩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방제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최근 포항지역에서 민간이 개발한 유인트랩을 활용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포획해 밀도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검증실험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포항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8개 지역에 10개의 유인트랩을 설치해 한 달 동안 1차에 15마리, 2차에 20여 마리가 포획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국립산림과학원도 유인트랩이 솔수염하늘소의 왕성한 활동시기가 지난 시점에 설치됐음에도 지속적으로 포획됨에 따라 효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했다. 모쪼록 유인트랩을 활용한 방제가 우리나라의 귀중한 소나무가 재선충으로 희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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