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遊客). 중국인 관광객을 일컫는 말이라는 건 이제 상식이다. 10월 초 중국은 7일간의 국경절 연휴에 들어간다. 이 기간 한국을 찾는 요우커가 지난해보다 35% 늘어난 16만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올 한 해 전체로는 600만 명 선이다. 더 입을 벌어지게 하는 건 2020년 요우커의 한국 내 쇼핑 규모가 3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치다. 국내 소비시장의 8% 가까운 수치다.
서울 명동과 동대문 그리고 제주도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안 된다는 이야기는 구문이다. 부산도 요우커 특수로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1분기 요우커 19만 명이 부산을 찾았다. 지난해보다 60% 증가했다. 신용카드 매출 증가 속도는 더 빨라 전년 대비 100% 이상 신장됐다. 부산은 시에서도 기업에서도 민간에서도 요우커 한 사람이라도 더 유치하려고 난리다.
대구도 덩달아 바빠지긴 했다. 10월 말까지 대구는 중국 6개 도시(닝보, 하얼빈, 스자좡, 시안, 청두, 충칭)와 전세기 120여 편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7월 말까지 대구를 찾은 요우커 숫자는 5만 명 가까이나 됐다.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그렇다면 대구에서 위안화 구경이 쉬워졌는가?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우선 요우커들은 대구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요우커들을 붙잡아 둘 딱 부러지는 뭔가가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머물지 않으니 잘 일도 없고 돈도 잘 쓰지 않는다. 대구에 비즈니스 출장을 와도 부산에 방을 잡는다는 한 기업인의 이야기에는 힘이 빠진다. 먹고 놀려는 단순 관광객이라면 답은 뻔하다.
이달 15일부터는 요우커들이 비자 없이 대구에서 최장 120시간(5일)을 머물 수 있는 '무비자환승공항'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일단 요우커들의 발걸음이 더 많이 대구에 닿고는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대구 관광 소프트웨어는 낙제점에 훨씬 못 미친다. 도무지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무비자환승공항 제도의 첫 적용자들인 하얼빈에서 온 160명의 요우커들은 대구에서 반나절도 채 머물지 않고 부산으로 갔다. 그중 많은 이들이 점심 밥값에 사우나비 정도를 썼다고 하니 많아야 1인당 2만원을 넘지 않았을 것이다. 20달러가 안 됐다는 말이다. 요우커 1인당 평균 지출액이 1천700달러 정도인데 비하면 100분의 1이다.
어찌해야 하나? 부산으로, 제주로 가는 요우커들의 긴 행렬을 지금처럼 보고만 있어야 하나? 서울, 제주, 부산과 직접 경쟁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틈새시장이라도 파고들어야 한다.
요우커 한 사람은 한국에서 쇼핑에만 1천200달러를 쓴다고 한다. 화장품이 1등 품목이란다. 서울 명동과 비교해 품질에서 뒤지지 않고 덜 번잡하고 더 친절한 대구 동성로 화장품 쇼핑코스를 만들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 힘들면 뷰티, 미용, 한방, 의료 등 대구의 비교우위 품목들의 지원도 받아야 한다.
대구에는 중국 사람들이 부(富)를 상징한다며 죽고 못 사는 팔(八)자가 붙어 있는 팔공산(八公山)이라는 명산도 있다. 또 팔공산은 건강을 보살펴준다는 약사여래(藥師如來) 신앙의 본거지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갓바위도 약사여래불이다. 이런 것들을 탄탄한 스토리로 잘 엮어도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필요하다면 동화사-갓바위 코스로 팔공산 관광케이블카도 놓아야 한다. 손도 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외국 여행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수천m 올라 갔다 왔다는 자랑을 하면서 팔공산에는 못 한다는 사람들의 말은 수긍하기 힘들다. 케이블카가 잘 돌아가는 그런 곳 대부분이 세계자연유산들 아니던가.
입장료 무료개방도 적극 고려해 볼 일이다. 꼭 요우커 때문은 아니다. 노약자나 장애인, '운동치' 등 가보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팔공산 단풍도 보고, 천 년 고찰 동화사와 통일대불을 만나보고, 케이블카를 타고 갓바위에 올라 소원도 빌 수 있어야 한다. '낙전'(落錢)이 입장료 수입의 부족분을 상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래 저래서 안 된다'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될까'를 고민해야 하는 적극 행정이 필요한 시대다. 관광객이 오면 좋고 안 오면 할 수 없고, 그들이 돈을 쓰면 좋고 안 써도 그만이라는 자세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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