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22일까지 경주 황성공원 일원에서 열린 '이스탄불 in 경주'. '인류 문명의 용광로'로 불리는 터키 문화의 진수를 체험하기 위한 관광객들로 연일 북적였다.
축제 중 시군 문화교류 행사의 일환으로 19일 '이스탄불시와 경산시 교류의 날' 행사가 열렸다. 최영조 경산시장, 이천수 경산시의회의장 등 기관단체장과 시민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날 교류의 날 행사를 지켜본 이들은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경산의 문화를 보여주고 널리 알리는 문화행사가 알맹이인데도 불구, 참석 귀빈들의 의전에만 잔뜩 신경을 쓰다 보니 알맹이는 온데간데없이 어깨에 힘만 잔뜩 주고 말았다.
끝없이 이어진 내빈 소개와 장황한 인사말 때문에 관객들은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행사 성격상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기념품 증정 등의 행사가 끝나자마자 지방의원을 비롯한 많은 내빈들은 '행사장 인증 샷'을 남기려는 듯 기념촬영을 끝내고 행사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읍'면'동별로 동원된 관객인 경산시민들도 덩달아 대거 행사장을 떠났다. 삽시간에 관람석은 반 이상 텅 비었다.
그나마 다행은 경산시가 (사)국학연구소대구경북지부에 의뢰한 '아름다운 마지막 인사-한국 전통 상여행렬 시연'.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망자와 동행하면서 그를 지켜주고 위로하는 우리 전통 장례문화의 하나인 이 공연은 남아서 자리를 지키던 국내외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구슬픈 앞소리에 맞춰 상여꾼들의 뒷소리가 이어지자 일부 관객들은 눈물을 글썽였고, 많은 외국인 관객들은 상여 앞에서 상두꾼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좋은 행사를 마련해놓고도 정작 주최 측은 그 가치를 외면한 것이다. 이제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문화행사에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관객들을 동원하는 일, 문화 프로그램이 끝나기도 전에 '인증 샷'만 찍고는 떠나버리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사회2부 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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