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액 외화 공짜로 받아? 대아 말 믿겠나

지역 경제계 '국내반입 100∼150만 달러 출처" 추측 난무

포항 대아고속해운 황인찬(62) 회장이 100만~150만달러 규모의 증여성 자금을 국내에 반입(본지 9월 22일 자 5면 보도)했다는 이유로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자 돈의 출처를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대아 측은 "중국 지인에게 사업상 도움을 주고 무상으로 증여받았다"며 투명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대아그룹 창업주의 둘째 아들 황인규(60) 씨가 회사돈을 외국으로 빼돌렸다가 실형까지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지역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황인규 씨는 2006년부터 5년간 자신이 운영하는 여행사에 특혜를 달라며 중국 동방항공 한국지사장에게 53억4천700만원의 뇌물을 건넸고,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허위로 유류할증료를 발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돈 37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또 포탈한 법인세 79억원으로 중국에 수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여러 채 구입하는 등 재산을 해외에서 불법 사용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증여성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포항지역 한 기업가는 "대아고속해운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해운사업을 한 만큼 그 과정에서 조성된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아가 금고(계열사)를 통해 사업자금을 불법대출 받거나, 해외로 자금을 빼돌린 이력이 있어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증여성 자금에 대해, "중국(진천항운)에서 배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배값이 과다하게 책정됐을 수 있다. 앞서 포항의 한 해운업체가 배값을 부풀리다 구속된 일이 있었던 만큼 결코 이를 간과할 수 없다. 이 돈의 일부가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배 수리 등에 필요한 자금을 적립해두는 것이 해운업계 관례였는데, 배에 대한 지분을 모두 팔면서 이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아고속해운 관계자는 "증여성 자금을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 온 것은 맞지만 금융당국에 신고된 투명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황 회장을 비롯해 롯데 신격호 회장, OCI 이수영 회장, 빙그레 김호연 회장의 자녀, 경신 이승관 사장 등 국내 기업 총수를 비롯한 자산가 20여 명이 해외로부터 5천만달러(한화 약 522억원) 규모의 증여성 자금을 반입했다고 보고, 외국환은행으로부터 관련 서류를 건네받아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법 외화 유출, 신고절차 미이행 등 외국환 거래 법규 위반 혐의가 입증되면 과태료 및 검찰 고발조치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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