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 대아그룹, 이번에는 거액의 외화 반입 의혹

내로라하는 재벌그룹 총수와 경향의 자산가 20여 명이 5천만 달러(우리 돈 522억 원) 규모의 증여성 자금을 해외에서 반입해 금융감독원이 정밀검사에 나섰다. 해외투자를 할 때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자금을 반출했다가 들여온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들은 이 같은 반입자금이 투자 수익금이나 임금 또는 부동산 매각 대금 등으로 떳떳한 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외환거래법상 그같은 목적으로 자본거래를 할 경우 거래은행 등에 사전 신고를 하게 되어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비자금이나 탈루소득 등과 연관된 석연찮은 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기는 것이다. 더욱이 반입한 돈은 수출입 등의 일반적 거래가 아닌 이전적 거래에 따른 증여성 자금이다. 해외에서 5만 달러 이상을 들여올 때는 은행에 그 목적을 밝힌 영수확인서를 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이처럼 해외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증여성 자금을 들여온 사람들의 명단에는 롯데 신격호 회장, OCI 이수영 회장, 대아그룹 황인찬 회장, 빙그레 김호연 회장의 자녀, 경신 이승관 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지역 경제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포항 굴지의 기업인 대아그룹 황인찬 회장 일가의 떳떳하지 못한 행보이다.

대아 측은 "무상으로 증여받은 투명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창업주의 둘째 아들이 회사돈을 외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또 재산을 해외에서 불법 사용한 전례도 있어, 이번 증여성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그 진위를 규명하기 전에는 이 증여성 자금이 해외의 해운사업 과정에서 조성한 구린 돈인지 여부를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 검사 결과 불법이 확인되면 당연히 엄중한 법적제재가 뒤따를 것이고,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잖아도 각종 비위사실이 폭로되면서 부도덕한 기업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대아그룹이 외환거래의 구멍을 이용해 음성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불명예까지 떠안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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