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끝말

▲안창표
▲안창표

살다 보면 '이럴 줄 알았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을'이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사람에 따라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쉽게 결정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렵게 결정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지니고 있는 성향이나 역량이 다르기에 곁에서 볼 때 다르게 보일 뿐이지 누구든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심사숙고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온갖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한 일이 결과는 의외로 사뭇 다르게 나타날 때가 많다. 결과가 생각과 다르게 나타날 때 우리는 후회하면서 낙담하고 좌절하는 것이다. 세상일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는 일에 있어서 잘못되는 것을 최소화해서 결정할 뿐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처럼 뛰어난 머리를 가졌다 해도 지금 일 분 뒤의 일조차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결과에 따라서 모든 것을 판단한다. 과정이 아무리 좋았다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결정 자체도 잘못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시작 없이는 끝도 없고 끝이 있다는 것은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그 가운데는 과정도 존재한다.

잘못될 것을 두려워서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비록 결과가 미흡하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시작했다 하더라도 실패는 따르고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한 일이 성공을 하는 것을 보면 의도대로 되지 않기에 모든 것에는 실력 이외에 운 같은 것까지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서 많은 것이 작용하고 움직여서 만들어져 가는 것이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때 더욱 값지고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자신감으로 나의 능력으로만 되는 것은 많지 않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난 후 사람들이 대부분 마지막 부분을 기억하고 많은 얘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록 시작이 좀 부족하더라도 마지막 대미를 멋지게 장식한 작품을 보면서 감동하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이다. 반면에 시작은 거창하고 끝이 흐지부지한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올바른 마무리가 되려면 시작도 중요하지만 충실한 과정 또한 끝맺음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데도 마찬가지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한 스케치 과정과 중간 제작과정 없이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어려운 것을 보면 철저한 계획과 과정에 바람직한 끝맺음이 보장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부족한 역량으로 지면에 한 자 한 자 채우면서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 지면의 발자취가 내 삶 가운데 또 다른 의미와 함께 소중하게 자리할 것이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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