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북도청이 안동'예천 일원으로 이전하게 함에 따라 대구시는 약 4천500개의 일자리와 1천700여억원의 부가가치 감소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여 대구시는 도청 이전터의 효과적 활용방안을 수립하고자 지난해 국토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고, 지난달 29일 열린 공청회를 통해 대한민국 창조경제 및 ICT 인재양성의 중심지로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경북도청 이전터 개발은 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그래서 국토연구원 용역 결과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기존 대구시 창조경제활성화 기능과 중복되는 센터 난립의 문제가 있다.
용역 결과에는 도청 이전터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개발하기 위해 미래연구센터, 창조아카데미, 한국SW종합학교, 창조경제벨트 지원센터, 중소기업 R&BD지원센터, 복합문화공간 등 총 11개의 센터와 기관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 신설기관들이 기존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대구테크노파크 등과 사업과 영역 부문에서 상당 부분 유사하거나 중복된다.
이처럼 중복되는 시스템은 기존 대구시 창조경제 업무 체계를 바꾸어 정책 추진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하고, 새로 센터를 설립하여 사업 추진이 본궤도로 올라 성과를 내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역기능이 클 것이다. 게다가 용역안대로 국비를 끌어와 각종 센터를 난립했을 때 매년 각종 기관의 운영비를 지원하느라 정작 창조경제의 꽃도 못 피우게 될까 우려된다.
둘째, 삼성의 창조경제단지 조성안과 중복된다.
이달 15일 대구시와 삼성은 옛 제일모직 부지에 삼성창조경제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개발계획도 국토연구원의 용역 내용과 중복된다. 삼성이 창조경제활성화를 위해 만드는 공간 중 크리에이티브 허브와 용역안의 오픈 랩 허브는 사업내용이 중복되고, 문화예술 창작센터도 공연기술연구센터, 공연제작지원센터 등과 중복된다.
국토연구원 용역 결과와 삼성의 투자계획을 대구시와 권영진 시장은 사전에 보고를 받았을 것인데, 직선거리로 1㎞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같은 기능을 중복시켜 개발한다는 계획에 대해 이를 제대로 파악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셋째,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의 문제이다.
대구시가 도청 이전터 개발의 롤모델로 삼는 실리콘밸리 형태의 사업들은 지난 십수 년간 판교, 오창, 동탄, 구미 등 수많은 지자체에서 한 번씩은 벤치마킹하려 노력했지만, 어느 지역도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없다. 그 이유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IT관련 대학 학과에서 공급되는 풍부한 연구인력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집적된 IT기업, 성공한 벤처기업과 제도화된 엔젤펀드, 그리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대구시는 실리콘밸리보다 어떤 부분도 나은 점이 없다. 거기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한다고 하는 미래연구센터와 같은 뜬구름 잡는 사업은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울 것이고, 자칫 정책이 표류하는 동안 지역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된다. 상식적으로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가장 잘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한데, 대구시는 경험하지 못한 산업과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기관들에 미래를 맡기는 과오를 범할까 우려된다.
물론 도청 이전터 개발사업은 신속히 진행하여 사업의 성공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권 시장이 임기 초기 시민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사업추진 의욕이 넘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구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사업을 자칫 신중하지 못하게 진행할까 우려스럽다. 만약 권 시장이 아직 면밀하고 충분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면 서두르지 말고 검토에 검토를 거듭해 줄 것을 당부한다. 지금의 과정은 그 땅의 중요성에 비해 너무 급하다.
김원구/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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