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창조경제 열쇠는 창업 붐 조성

박근혜정부는 이스라엘의 창업 붐을 창조경제의 롤모델로 꼽고 있다. 이스라엘의 유능한 젊은이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을 한다. 실업자 신세를 감수하더라도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기보다는 창업에 도전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와 공무원시험에 줄을 서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이런 창업 열풍으로 이스라엘은 세계 각국의 경제가 곤두박질치던 2009년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0.8%)을 달성했다. 2010년(5%), 2011년(4.6%)에도 안정된 성장률을 보였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경제 부활의 아이콘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부활과 이스라엘의 안정적 경제성장은 창업 열풍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세계 각국에서 창업 붐을 일으키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질적으로 바람직한 경제성장은 창업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업은 새로운 고용창출과 부가가치를 일으킨다. 국가 경제의 양과 질은 기업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 만큼 창업 붐 조성이야말로 미래 먹거리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비 진작 정책과 부동산 활성화 정책은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장 정책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 등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나라도 창업 붐을 일으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창조경제 예산의 대부분이 창업 지원과 관련되어 있다. 창조혁신센터, 글로벌 R&D센터 등이 현 정부 들어와서 새로이 생긴 정책 용어들이다. 연간 20조원이 투입되고 있는 국가 R&D사업도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물거품이 된다.

우리도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과 같은 창업 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현재 우리의 상황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유능한 젊은이들이 창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 지원 정책은 창업 지원 인프라에만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어 있을 뿐 유능한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

효과적인 창업 지원 인프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능한 젊은이들이 창업시장에 몰리지 않으면 모든 예산과 인프라는 무용지물이 된다. 진정한 창업보다 창업 지원 예산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만 될 뿐이다.

세계의 유능한 젊은이들과 우리의 유능한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길이 왜 이렇게 다를까? 필자는 그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사농공상 의식' 때문이라고 본다. 공부해서 얻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우월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성공한 사업가보다도 판검사, 의사, 변호사, 고위 공무원을 더 인정한다. 공무원 사회는 사업가들을 업자로 취급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사업가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 정부와 정치는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에 편승하여 기업 길들이기 정책을 만들기에 분주하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는 창업 붐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창업 붐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업과 사업가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 변화가 따라야 한다. 필자는 규모에 관계없이 안정된 사업체를 가진 CEO를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본다. 그 사람들의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해서 그러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성공의 정의를 돈, 개인의 지력, 사회적 지위, 품성, 건강, 취미, 자아실현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볼 때 당연히 그렇기 때문이다.

100세 수명을 바라보는 시대에 60세라는 직업적 수명이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은퇴 이후의 삶을 바라보면 사업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대한민국은 저성장의 덫에 갇혀 있다. 경제 체질을 바꾸고 규모를 키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우리 사회에 창업 붐을 일으키는 것이다. 정부가 이스라엘의 창업 지원 인프라만 벤치마킹하면 창업 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더 많이 창업에 도전장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창조경제는 창업 붐의 조성으로 완성될 수 있으며, 그것은 창업과 사업에 대한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될 때 가능하다.

강병규/세영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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