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窓] 환상의 복식조

지금 인천에서는 40억 아시안들의 축제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다. 축구'야구'농구 등 단체 스포츠에서 개인의 기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팀웍이다.

개인 종목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탁구나 배드민턴 종목의 복식조는 개인적 능력보다는 파트너와의 호흡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니 '환상의 복식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배드민턴 금메달 기대주로 기대를 모으는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인 이용대(26'삼성전기)와 유연성(28'국군체육부대) 조는 지난해 10월부터 호흡을 맞춘 이래 1년 만인 이달 15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올랐다. 이-유 조의 급성장 비결은 뛰어난 플레이에다 마음까지 하나로 모았다는 점이다. 이용대 선수는 "연성이 형의 정신력을 배운다"고 했고, 유연성 선수는 "세계 정상에 서 본 후배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소통이 이뤄졌다는 뜻일 것이다.

6'4 지방선거를 통해 영덕군수에 당선된 이희진 군수는 당선과 취임 과정에서 '반목의 치유와 군민들과의 소통'을 내놨다. 오랫동안 군수를 꿈꿔 왔다는 이 군수는 지역구 김광원 전 의원 강석호 의원의 비서'보좌관을 거치면서 차곡차곡 정리해 놓았던 일들을 위한 첫 단추였다. 또한 지난해 7월 선거를 위해 보좌관 생활을 정리하고 영덕에 와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가슴과 머릿속에 새겼던 다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선 후 4개월이 돼 가지만 이를 위한 실천이 이뤄진 소식을 들은 바 없다. 전 김병목 군수가 3선으로 퇴임한 뒤 치러진 군수 선거였다. 무주공산의 선거전이었던 만큼 치열했고, 선거 뒤에 크고 작은 생채기들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출마자들 뿐 아니라 전 군수와의 불편한 관계 소문도 있다. 또한 영덕천지원전'달산댐 문제 등 현안들에 대한 의견 수렴 약속은 여전히 테이블에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인구 4만 명 선이 무너졌는데도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도 없다.

물론 초선 군수로서 군정 업무파악에도 정신없다는 현실적 고충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반목의 치유도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돈봉투'사건 수사가 진행 상황이라 쉽지 않고 군민소통위를 구성하려다 보니 인물난에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는 현실론도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반목의 치유와 군민과의 소통'은 머리로 하는 '업무 파악'보다 마음만 먹는다면 더 쉬운 일일 수도 있다. 이 군수가 꿈꿨던 고향 영덕의 화합과 발전을 생각한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군수는 선거 과정 지역구 강 의원과의 호흡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군민과 군수'가 호흡을 나누고 '환상의 복식조'를 이루는 게 더 큰 가치다.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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