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구에서 관용차를 모는 여성 운전자를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에 실시된 대구시 지방직 공무원 공채에서 이가희(35), 문은정(32) 씨가 5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운전직 9급에 당당히 합격, 조만간 대구시나 구청에 배치돼 관용차의 운전대를 잡기 때문이다. 여성이 운전직 공무원 공채에서 합격한 것은 운전직 공채가 시행된 2004년 이후 대구에서는 처음이다.
그동안 금녀의 벽으로 여겨졌던 운전직 공무원이었기에 둘의 도전과 포부는 남다르다. 네 아이의 엄마인 이 씨는 바쁜 삶 속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학교에 서둘러 보내고 오전 9시면 직장으로 가 오후 6시까지 콜센터에서 상담을 해야 하니 집에 올 땐 파김치가 돼 버리기 십상이었죠." 그런 이 씨에게 운전직 공무원이 지난해부터 10급 기능직에서 9급 일반직으로 전환됐다는 소식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것이었다. "공무원이야말로 최고의 직장이죠. 연금에 정년까지 보장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생각했죠." 그 길로 저녁 시간을 쪼개 학원으로 달려갔고 시험을 준비했다.
문 씨도 지난해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여러 일을 해봤지만 늦은 시간 퇴근해야 하거나 보수가 너무 적은 일이 대부분이었어요." 그에게 시아버지가 운전직 공무원이 어떻겠냐고 추천했고, 평소 운전에는 남다른 감각이 있어 도전을 결심했다. 문 씨는 "차분하고 섬세한 여성이 공적인 업무를 보는 관용차를 운전하는 데 장점이 많다"며 "어디에 배치되든 시민의 편리를 생각하고 안전하게 운전을 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여성 운전직 공무원을 탄생케 한데는 운전직 공무원의 직급이 상향된 점과 함께 영어가 시험과목에서 빠지면서 응시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공무원 시험 학원에 대학생, 주부 등의 여성 수강생이 크게 늘었다.
김진아 현대고시학원 원장은 "운전직의 경우 일반직 전환 이전에는 몇 달에 걸쳐 여성 수강생을 1, 2명 겨우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여성이 부쩍 늘었다"며 "이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자리를 갖고 싶어한다. 1호 여성 운전직 공무원이 탄생한 만큼 앞으로는 더 많은 여성이 운전직 공무원 시험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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