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10월, 문화의 달을 맞으며

추석도 지나고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지난 여러 달 동안,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한 각종 사건 사고들, 우리 사회에 오래전부터 깔려 내려온 온갖 부조리와 비리가 파상적으로 터뜨려내는 갖가지 충격적인 이야기들, 그리고는 그 끝없는 반목과 갈등이 빚어내는 우리 정치판 특유의 연중무휴 대립과 소란까지 섞여, 온 나라 온 사회가 그동안 총체적인 충격과 비탄 속에 잠겨 참담한 나날들을 보내어 왔다.

이같이 무겁고 어두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문화'는 뒷전으로 밀려, 국민의 문화적 정서 생활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한, 어이없고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수백 수천 년을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살아오면서도, 이 땅에 우리의 삶, 우리의 문화를 꽃피워 온, 자랑스러운 문화민족 한국인이다. 문화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없어질 수도 없는, 우리의 정신이고 삶이며, 우리의 성취 예술이다.

'문화융성'이 정부의 문화정책 방향으로 지난해 처음 나왔을 때, 정부의 문화적 안목을 수준 높게 말해주는 새롭고 의욕적인 문화정책으로 읽히면서, 문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적지 않은 관심과 기대감이 느껴졌다. 이제부터 적극적인 문화인이 되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고 아울러 행복감도 있었다. 그런 마음에서 출발하여, 지난 5월 필자는 '문화이벤트' 하나를 처음으로 혼자 기획하고 열었다. 골목문화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만든 '젊은 골목길 콘서트'였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에 동참하기 위한 자발적인 문화이벤트였다. 생활문화의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 대구의 명물 '골목길'을 소재로 펴내어 전국적인 관심을 끈 저의 졸저인 시집 '젊은 골목길'의 제호를 그 문화이벤트의 명칭으로 한 것이었다.

우리의 문화가 주로 서울에서 발산되고 이야기되고 있는 이상한 현상과 관행으로 인해, 정작 우리 문화 원류의 하나인 지방문화는 동기와 의욕을 상당 수준 잃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서, 문화정책 주요 포인트의 하나를 '지방문화의 활성화'에 두고 있다는 것은 늦었지만 매우 바람직하고 다행스럽다 하겠다.

오랜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문화적 자부심이 큰 우리 대구의 시민들과 함께 열린 문화이벤트를 처음으로 가졌던 지난 5월의 '젊은 골목길 콘서트'는 그런 뜻에서 소박한 시민들의 문화적 배고픔을 잠시 달래고 문화적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 의미 있는 시민 문화 프르그램이었다. 참석자들과 주변 사람들의 인사에도 매우 기뻤다.

물론, 지난 5월의 문화이벤트 '젊은 골목길 콘서트'는 나의 순수한 문화적 동기와 본뜻과는 별도로, 현실적으로는 준비와 진행이 쉽지 않았고, 심지어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준비한 행사를 연기까지 해야 하는 등 뜻밖의 어려움에 힘이 빠지고 허탈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필자의 문화적 집념과 열정에 손뼉치며 즐거워하고 격려해주는 시민들의 모습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의 문화의식과 수준에 새삼 깊이 감동했다. 순수 문화적 동기와 열정으로 자발적으로 가져봤던 문화이벤트 '젊은 골목길 콘서트'는 나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 되기도 했다.

나는 그 자발적 이벤트인 '젊은 골목길 콘서트' 개최를 계기로, 새로운 시각으로 현재와 미래 문화에 뛰어드는, 새로운 문화적 일깨움을 갖게 되었다.

이제 곧 10월, '문화의 달'이다. 문화의 달 10월을 맞아 '시민들을 위한, 시민들에 의한, 시민들의' 문화이벤트로서 '젊은 골목길 콘서트'를 더욱 알차게 기획하고 준비한다. 오랜 생활문화의 터전이며 특징인 골목길을 대구를 상징하는 문화적 이미지의 하나로 전국적으로 부각시키고 싶다. 그래서 시민들과 함께 문화의 달 10월을 맞고 보내고 싶다.

오정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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