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분이라 그런지 참 만나기 어렵네요." 요즘 포항시 북구 양덕동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병석 국회의원의 이름이 자주 들린다. 대부분 원망과 애증이 섞인 말투이다.
이 의원을 향한 주민들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많이 묻어난다. 양덕동은 최근 급부상한 포항 최대의 신흥 주거지이다. 같은 법정동인 장성동과 합쳐 인구 6만 명을 넘는다.
현재 양덕초교(46학급, 재학생 1천726명)의 학급당 학생 수가 37.5명을 약간 웃돈다. 대개 학급당 20~30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과밀학급이다. 이 때문에 포항교육지원청은 새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했으나 교육부 허가가 나지 않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학부모들의 비난의 화살은 교육부를 넘어 정치인들에게 향했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병석 국회의원에게 화살이 가장 많이 쏠린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러한 원망을 들었는지 25일 이병석 국회의원이 교육부 관계자들과 함께 양덕동을 찾았다.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간절한 민원을 교육부에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복안이다. 주민들은 "역시 이병석 의원이 나서니 일이 돌아간다"며 간만에 활기찬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만 좋았다. 몇 시간씩 기다린 주민들은 이 의원의 그림자도 못 봤다. 오후 1시로 예정됐던 주민설명회는 1시간이나 지나서 겨우 시작됐다. 관계자들이 주민설명회 장소가 아닌 엉뚱한 곳에 모여 30분간 티타임을 갖고 얘기를 나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현장을 한번 둘러보자'며 모두 양덕동 일대의 다른 학교들을 견학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주민설명회가 진행됐지만 정작 이병석 의원은 차후 일정을 이유로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설명회도 교육부 측이 왜 양서초등학교 신설 허가를 내주지 못했는지 재차 확인하는 자리였을 뿐이다. 설명회를 마치며 주민들은 "왜 왔는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물론 주민들이 바란 것은 4선 국회의원으로서의 파워와 사태 해결의 조력이다. 하지만 그보다 자신을 믿고 뽑아준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들에게 직접 얼굴을 비추며 따뜻한 말 한마디 먼저 건넸으면 어땠을까.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