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9일 오후 대구 중구 태평로3가 푸른병원. 주부 김모(35) 씨가 13개월 된 아이의 손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붕대를 풀자 심한 화상으로 손가락 피부가 벗겨진 아이의 오른손이 드러났다. 추석을 맞아 차례상 준비를 하느라 잠시 눈을 뗐던 게 화근이었다. 아이는 뜨거운 김을 뿜으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압력밥솥의 증기 추를 손으로 잡았고, 금세 화상을 입었다. 김 씨는 "서둘러 치료를 받긴 했지만 혹시 흉터가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에게 화상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고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같은 온도에서 당하는 화상이라도 어른에 비해 상처가 깊다. 뜨거운 통증에 대한 감각이 발달하지 않아 외상에 대한 반응이 느리기 때문이다.
◆"앗 뜨거" 하는 순간, 깊은 화상
8개월 된 조모 군은 다리 전체에 화상을 입었다. 뜨거운 물을 옮기던 엄마가 실수로 물을 쏟은 탓이었다. 조 군의 다리는 순식간에 3도 화상을 입었고,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아직 한 번 더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흉터가 남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이들이 화상을 입는 건 순식간이다. 아이들은 68℃의 물에 1초만 데어도 3도 화상을 입는다. 화상을 입은 어린이 중 2~3%는 영구적인 흉터가 남거나 장애를 겪기도 한다.
푸른병원에 따르면 1세 미만의 영'유아 경우 87%는 집에서 화상을 입는다. 주로 커피나 국, 이유식, 뜨거운 죽 등으로 인한 열탕화상이 65%를 차지한다. 밥솥의 증기나 가습기 수증기로 인한 접촉 화상은 8.7%에 불과하다. 어른들의 부주의가 주된 원인이다. 화상의 정도는 대부분 경미하지만 온도에 따라 심한 흉터가 남기도 한다.
만 1, 2세 어린이의 경우 아이들의 호기심이 화상의 원인이 된다. 뜨거운 물질을 만졌다가 화상을 입는 접촉화상이 24%로 높아지는 것. 호기심이 많은 나이인 터라 물건을 던지거나 마구 만지는 습성 때문이다.
특히 접촉화상은 열탕화상에 비해 상처가 깊기 때문에 치료를 하더라도 흉터가 남는 경우가 많다.
3세 이상이 되면 집에서 화상을 입는 경우가 56.4%로 줄어든다. 대신 어린이집이나 학교, 식당 등 외부에서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뜨거운 국자로 만드는 달고나나 냄비, 오토바이 배기통, 프라이팬 등으로 인한 접촉화상과 자전거나 롤러 블레이드를 타다가 넘어지면서 입는 마찰화상이 7%를 차지한다. 접촉화상 중 상당수는 3도 화상으로 자기 피부 이식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동 장애'성장 지연땐 수술
대부분의 어린이 화상 중 목숨이 위험한 정도의 중화상은 극히 드물다. 어린이들은 화상으로 인한 상처의 회복력이 빠른 반면, 흉터는 크게 남는다.
그러나 흉터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팔다리를 펴지 못해 성장 장애가 오는 경우가 아니면 수술을 피하는 편이다. 성장하면서 흉터가 대부분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경우 얼룩만 남는 흉터 정도는 대부분 성장하면서 호전된다.
다만 볼록하게 솟아오른 흉터인 비후성 반흔은 관절 운동 장애 및 성장 지연을 줄 수 있으므로 화상 치료 초기 단계부터 흉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통 깊은 2도 화상부터는 흉터가 남는다. 흉터는 크게 색소 변화와 비후성 반흔 두 가지로 나뉜다. 색소 변화의 경우는 중간 2도 및 깊은 2도 화상 치료 뒤 필연적으로 생기며 화상의 깊이가 얕으면 6개월 정도 관리하면 아주 희미하게 변한다. 그러나 깊은 2도 및 3도 화상의 경우에는 치료 및 관리 과정을 소홀히 하면 평생 흉터가 남을 수 있다.
특히 '흉살' 또는 '떡살'로 불리는 비후성 반흔은 심재성 2도 이상의 환자에게 생긴다. 부자연스러운 외형도 문제지만 평생 아프고 가려움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비후성 반흔이 관절 부위에 생기게 되면 관절 부위의 운동장애를 일으켜 2차적으로 흉터 재건술이 필요하게 된다.
이 같은 경우를 막기 위해 피부이식 수술이 필요하다. 사체피부나 합성피부, 배양피부 등 임시피부 대용물을 상처의 깊이에 따라 달리 사용한다.
◆민간요법 염증 유발할 수도
어린이가 화상을 입었을 경우 화상 종류에 관계없이 즉시 최소 10분 정도 흐르는 수돗물에 환부를 적셔주는 것이 가장 좋다. 주위에 환부를 식힐 만한 물이 없는 경우에는 깨끗한 수건이나 면 소재의 옷에 물을 적셔 환부를 식혀주면 된다. 시원하게 하기 위해 얼음이나 아이스팩을 감는 경우도 있지만 어린이가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민간요법으로 치약이나 간장, 된장 등을 바르는 행위는 상처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열탕화상의 경우 목욕이나 식사 준비를 할 때 주의를 해야 한다.
접촉화상은 전자제품의 플러그나 정수기, 전기 난로, 화로, 고데기, 다리미, 러닝머신 등 열기구류가 화상의 주된 원인이므로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비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밖에서 자전거나 롤러 블레이드를 타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면서 마찰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보호장구를 꼭 착용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실험이나 실습 중 부주의로 화염화상이나 접촉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으므로 뜨거운 것을 다루거나 화학약품 실습 시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하고 반드시 안전 매뉴얼대로 실습에 임해야 한다.
화상전문병원인 푸른병원 김상규 병원장은 "어린이 화상은 대부분 가정에서 보호자의 부주의로 인해 일어나는 만큼 부모의 주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어린이들은 보기보다 깊은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으므로 빨리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푸른병원 김상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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