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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이주여성 8명 제주도 탐방

매일신문사 발행 '무지개세상' 동행 취재

사진설명 : 25일 제주도 절물휴양림에서 무지개세상
사진설명 : 25일 제주도 절물휴양림에서 무지개세상 '다문화가족 희망 찾기 제주도 탐방'에 참가한 이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왼쪽부터 윤옥화(40'중국'경산시 백천동), 김정녀(44'중국'의성군 춘산면), 김옥자(46'중국'칠곡군 북삼읍), 원명현(38'중국'예천군 개포면), 이명희(47'중국'포항시 북구 흥해읍), 분다린(43'태국'대구 달성군 옥포면), 김지연(32'베트남'안동시 와룡면), 마여애(40'중국'대구 동구 신암동) 씨.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요? 이곳에서는 1분 1초가 아까워요."

"그동안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온 데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할게요."

매일신문사가 발행하는 다문화가족신문 '무지개세상'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도움으로 '다문화가족 희망 찾기 제주도 탐방'을 진행했다. 이달 25일부터 2박 3일 동안 이뤄진 무지개세상 '다문화가족 희망 찾기'는 2011년 이주여성 친정 동행 취재를 시작으로 2012년, 2013년 다문화 모자가정 제주도 탐방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올해는 한국에 거주한 지 10년 이상 된 40여 명의 신청자 중 경제적 여건으로 여행을 가지 못했거나 친정에 간 지 오래된 이들과 다자녀 가정을 우선으로 선정, 8명(중국 6명, 베트남 1명, 태국 1명)의 이주여성으로 구성했다.

대구공항에서 첫 만남을 가진 이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이주여성들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제주도에 가게 된다니 너무 설렌다"고 했다. 어색했던 자리는 제주도 땅을 밟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아름답다" "감사하다" "행복하다"는 말을 연방 쏟아내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윤옥화 씨는 "세계자연유산이자 한국의 자긍심인 제주도가 점점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탐방은 용두암, 송악산, 세연교, 올레길 등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 견학과 각종 테마파크와 난타 공연, 제트보트 타기 등 체험으로 꾸려졌다. 모처럼 만의 외출에 들뜬 주부들은 "같은 처지의 아줌마들끼리 하는 여행은 가족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처음 만난 이들이지만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고 했다. 8명의 아줌마는 쉴 새 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초기 한국 정착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현재 경제적인 문제, 가족 관계, 자녀 교육 등 풀리지 않는 힘겨움은 친자매들처럼 함께 고민했다. 10년 차 이상 주부들답게 각자의 비법을 아낌없이 나눴다.

20년 동안 한 번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는 김정녀 씨는 "속에 있는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꾹꾹 담고 살았는데 언니, 동생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다 보니 마음이 뻥 뚫렸다"며 한결 밝아진 표정이었다. 이주여성들은 "다문화가정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공로를 생각하며 자부심을 갖자" "돌아가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며 서로 격려하고 마음을 다졌다.

대구공항에서 어색한 인사를 나눴던 이들은 이틀 뒤 같은 장소에서 따뜻한 포옹으로 헤어졌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누군가는 "고구마 한 상자씩 보내줄게"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내년 수박철에 꼭 놀러와"라고 했다. 제주도 탐방은 끝났지만, 이들에게는 새로운 인연이 시작됐다.

매일신문 무지개세상 전은희 기자

※다문화가족신문 무지개세상은 매월 15일 발행되며 무료로 구독할 수 있습니다. 구독신청 053)251-1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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