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스튜디오 3인의 꿈과 도전

대구의 신진디자이너들은
대구의 신진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힘들지만 자신의 옷을 보는 '행복'이 있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김용신(이즈모), 신정경(벨메종), 박승민(북온더파크) 디자이너.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디자인은 '좋다, 싫다'는 개인적인 선호가 있지만 '잘했다, 못했다'는 반응은 없는 분야인 것 같아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독특한 디자인으로 마니아를 형성하는 '디자이너'의 화려함을 쫓는 젊은이들이 많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되기까지는 험난한 길을 열어야 한다. 젊은 패기로 디자이너의 길에 뛰어든 신진디자이너를 만났다. 이들은 디자이너를 예술과 상업을 이어주는 '중간자'라고 표현한다.

◆디자이너의 꿈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패션센터. 김용신(34'이즈모), 신정경(33'벨메종), 박승민(28'북온더파크) 세 디자이너는 각자의 개성에 맞는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CMA글로벌'이라는 회사에서 전략사업개발팀장을 맡은 김 씨는 깔끔한 셔츠에 넥타이, 재킷을 입고 있었다. 여성복을 디자인하는 신 씨는 172cm의 훤칠한 키에 어울리는 롱 재킷과 모자로 '디자이너 스럽다'는 느낌을 전했다. 가장 젊은 박 씨는 위아래 모두 검정색 차림이었다. 셔츠와 반바지, 슬리퍼 모두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옷이라 했다.

이들은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서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스튜디오' 졸업자 및 입주자다. 1기로 먼저 입주했던 김 씨는 올 2월 이곳을 졸업해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고 4월 CMA글로벌과 회사를 합병했다. 신 씨와 박 씨는 이번에 입주한 '신진 디자이너'다. 둘은 각자 사업을 하는데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이곳에 지원, 입주했다.

디자이너가 각각 개성이 강하듯 세 디자이너가 자신의 길을 선택한 이유도 달랐다. "'천국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을까'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 씨는 "그래서 꼭 죽기 전에 '천국의 옷'이라는 주제로 패션쇼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박 씨는 대학을 진학하면서 디자이너의 길을 정했다. 그는 "의류학과를 간 이유가 옷 살 돈이 없어서였다"며 "이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옷을 직접 만들어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김 씨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다 보니 '디자이너'를 선택했다.

"삼촌이 조각가였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았던 제가 삼촌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디자이너의 행복

이들은 디자이너의 삶이 화려해 보이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험난하다고 말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학생으로, 인턴으로 일하면서 겪은 고생은 수도 없이 많았다. 신 씨는 "영국에서 유학할 당시 물가가 너무 비싸서 끼니 때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중고 재봉틀을 구입해 수선을 현지의 절반가격에 해주기도하고 파마값 대신 옷 수선을 해주기도 했다"고 했다.

박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기 쉽지는 않다"며 "밤을 새워가며 작업할 때도 있고 영감이 안 떠오르면 고민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만큼 힘들지만 지금의 길을 걷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로서의 행복이 있어서다. 김 씨는 "직장인으로 생활할 때 갑작스럽게 매출이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우울증에 불면증도 생겼고 탈모도 겪었다"며 "디자이너로 사는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치료됐다"고 말했다.

1인 기업으로 자신이 디자인에서부터 재료구입, 생산 주문 등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박 씨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 일할 때에는 몸이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죠. 지금 디자이너일을 하면서는 몸이 힘들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이들은 디자이너로서의 꿈도 남다르다. 신 씨는 '사회공헌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한다. 박 씨는 당장의 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는 "가게, 작업실, 카페를 갖춘 건물을 하나 가지는 것이 꿈이다"며 "나만의 공간에서 나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디자이너 출신 중견기업 CEO'가 최종 목표다. 그는 "디자이너로 살면서 1인 기업도 해보고, 회사에 들어와 업무도 해보니 디자이너일을 하면서 배우고 접했던 것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참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내 사업을 한다면 대기업까지는 키우기 어렵겠지만 멋진 중견기업으로는 만들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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