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전띠 매라며 "삑삑" 의무화 헛일되나

車경보음 차단기 시중 유통, 판매행위 단속규정 없어

안전띠 꽂이에 끼우기만 하면 안전띠를 매지 않아도 경고음이 나지 않게 하는 제품이 자동차용품점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허현정 기자
안전띠 꽂이에 끼우기만 하면 안전띠를 매지 않아도 경고음이 나지 않게 하는 제품이 자동차용품점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허현정 기자

차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때 '삑삑' 소리(경고음)가 나지 않도록 하는 제품이 운전자들에게 확산되면서 안전운전에 경고음이 켜졌다.

이 안전띠 경고음 제거기는 안전띠의 걸쇠와 똑같은 모양이다. 이를 안전띠 꽂이에 끼우면 차가 안전띠를 맨 것으로 인식해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다. 이에 안전띠 착용을 성가시게 여기거나 배달 일을 하는 운전자들이 자동차 용품점,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22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자동차용품점. 주인에게 "안전띠 경고음 제거기가 있느냐"고 물으니, 그는 "먼저 벨트 삽입구 크기를 확인해야 한다"며 차를 살폈다. 그러고는 2종류의 상품을 꺼내 보였다. 가격은 하나는 6천원, 다른 하나는 1만원. 주인은 "차종에 따라 1, 2개 종류의 제거기를 갖추고 있다"며 "경고음이 나지 않게 차를 개조하는 게 불법이다 보니 간편하게 꽂기만 하면 되는 이런 제품을 찾는 사람이 꾸준하게 온다"고 했다.

특히 정부는 안전띠 미착용으로 발생하는 사고 피해를 줄이고자 내년 7월부터 출시되는 모든 차에 안전띠 경고음 기능을 반드시 장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관련 업계는 내년부터 안전띠 경고음 제거기를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제품은 사고가 났을 때 생명을 지켜주는 안전띠를 매지 않도록 부추기지만 판매를 막을 법이 없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이 제품이 직접적으로 운행에 위해를 가하는 장비가 아닌 단순 차량용품에 해당해 판매 자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이 규제하는 차량 외형 변경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어서 판매처나 구매자를 처벌할 수 없다. 다만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것인 만큼 안전띠 미착용에 대한 단속으로 이를 적발할 계획이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 밖으로 튕겨나가면 사망 확률이 90%에 이르기 때문에 잠깐의 불편보다는 자신의 생명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안전띠 착용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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